아카이브 취향 채석장 시리즈
아를레트 파르주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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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취향 

아를레트 파르주 (지음) |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아카이브의 사전적 의미는 오랜 세월 동안 보존해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가치가 있는 자료를 기록하는 것, 기록 보관 파일이나 기록 보관 레코드를 의미한다.

이 책 <아카이브 취향>은 역사가인 저자가 18세기 형사사건  관련자료를 접하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 글로 보여진다. (자료를 찾는 저자의 모습 대신 도서관에서 원하는 도서를 찾고 있는 내 모습이 더 쉽게 떠오른다) 귀중 자료이자 손상 자료이기에 가벼운 접촉에도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은 무척 신중해 보인다.

과학의 발전은 보존의 방법도 다양화되고 좀더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시력에 안좋은 영향을 주고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를 주진 못한다. 복사라는 편리한 문명을 두고 필사라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사의 과정에서 낡은 자료의 손상이 있을 수도 있다)

 

자료열람을 하기까지 복잡한 신청절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설 이용 시간과 자료 열람시간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도서관에 처음 대출하러 갔을 때가 생각났다. 물어보면 퉁명스럽게 알려주어서 못 알아들어도 재차 묻기가 어려웠다.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든 한쪽 구석에 있던 신청서들과 작은 글씨로 씌여진 안내문, 정숙이 기본 중의 기본인 도서관의 자료 열람실에서 갖가지 소음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한 자리에 가만 앉아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은 저쪽 나라 어디쯤에도 있나보다.



아카이브는 정보와 자료의 저장소일 뿐, 그 자체가 지식이 되지는 못한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지, 지식 그 자체라고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얘기인것 같다. 자료의 상태에 따라 읽어내려가는 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다. 훼손되었거나 훼손의 우려가 있는 자료라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료를 고르는 과정에서 무엇을 빼고 무엇을 넣을지도 문제이다. 수집과정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자료라도 빠뜨려선 안 된다. 기록으로 남겨진 모든 것이 아카이브다.  낙서조차도 훗날에는 다른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다. 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언어화가 되지 못했던 것들이 역사가들에 의해 진가를 발휘할 수도 있게 된다. 



18세기 형사사건 관련자료로 그 시대의 생활이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수준 등을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가 우리의 왕조 실록이나 한중록도 아카이브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과거의 기록이 주로 종이에 기록되어 주요 자료로 남았다면 앞으로의 아카이브는 유형의 실체가 아닌 인터넷에 저장된 기록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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