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팡세 클래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 팡세미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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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생텍쥐베리 (원작) | 천선란 (추천) | 팡세 (펴냄)





대다수의 성인 독자들은 어린 왕자를 한 번쯤은 다 읽어보거나 그 내용을 알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읽어보았거나 내용을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어린 왕자와 여우와의 대화를  대부분 꼽을 것이라 짐작된다.

어린 왕자를 처음 읽었던 중학교 1학년 때에는 "나를 길들여 줘"라는 여우의 대사가 왠지 소녀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만 같았고 "네가 네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기뻐하기 시작할거야"란 말은 그 감성에 불을 지폈다고도 할 수 있다.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인간관계를 가지면서 여우가 했던 이 말은 감상적이라기 보다는 내게 무서움을 주는 대사로 변해있었다. 친절해 보이지만 매번 네 시에 와서 길들여 달라는 얘기는 관계에 대한 중독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팡세클래식]으로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며 여우와 꽃이 어린 왕자에게 주는 의미와 사막에 비행기 불시착한 화자에게 어린 왕자가 주는 의미를, 그리고 어린 왕자가 지구에 오기까지 거쳤던 여러 별들에서 만난 어른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짧지만 철학적 생각을 해보게 하는 문장들이 빛났다.



36. "양을 매어 두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를 구속과 집착으로 매어두진 않았을까?​

"55. 장미나무와 가릴 수 있게 되면 곧 바오밥나무를 뽑아 버려야 해. 때를 놓치면 안 돼. 아주 어릴적에는 바오밥나무와 장미나무가 비슷하니까. 그건 귀찮지만 쉬운 일이야." 어릴적의 나쁜 습관 하나가 모든걸 망쳐버릴 수 있는 시작임을 얘기한다. 

'임금님이 사는 별, 허영쟁이가 사는 별, 술주정뱅이가 사는 별, 장사꾼이 사는 별'에서 어린왕자가 만나는 어른들은 슬프게도 그리고 부끄럽게도 지금의 어른들의 모습이 아닐까? 타인의 인정이 아닌 스스로가 세우는 권위, 자기 도취나 타인에게 강요하는 관심과 칭찬, 중독과 현실 회피, 물욕에 빠져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조차 없는 모습. 혹시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의 나의 모습은 아닌지...



"169. 이상한 별이로구나. 아주 메마르고, 몹시 뾰족하고, 소금이 버적버적하고, 게다가 사람들은 생각없이 남이 하는 말이나 되뇌고. 내 별엔 꽃이 한 송이밖에 멊지만 언제나 내게 말을 걸어 주었는데..."
그저 남을 따라하고 남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인 양 옮겨 떠들면서, 진심을 담은 진정한 대화를 나누어 본적은 언제였는지.

"195. 네 장미가 소중한 건 그 꽃에 들인 시간들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 참된 뜻을 잊어버렸어. 하지만 넌 잊어버리면 안 돼. 넌 네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 사랑한다고 쉽게 얘기하면서 늘 요구하고 기대하는 사랑이 아닌 소중하게 들인 시간 만큼 참된 책임을 지는 사랑말이다!



그래도 역시, 다시 읽게 된 어린 왕자에서 이번에도 눈길을 끄는 곳은 이 부분이다. 그러나 사춘기 소녀 적 겉멋이 아닌 조금의 깨달음을 보태서.

《190. 참을성이 많아야 해. 처음엔 내게서 좀 떨어져 그렇게 풀 위에 앉아 있어. 내가 곁눈으로 널 볼테니 넌 아무 말도 하지마.말이란 잘못 생각하게 하는 바탕이니까. 그리고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앉아도 돼.》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해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떨어져 앉아)를 두고 그 사람이 내게 관심(곁눈)을 가져줄 시간을 주고, 강요도 재촉도 하지 않는다(아무말도 하지마)면 쓸데없이 말로 불러일으키는 오해도 없을것이다. 그렇게되면 날마다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도 된다는 심리적 허용,허락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241. 아저씨는 별을 다른 사람들처럼 보지 않게 될거야. 내가 그 별들 가운데 하나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나면 관계에서 시공간은 의미가 없는 듯 하다. 그럼에도 솟아나는 그리움만은 어쩔 수가 없겠지. 

가려는 곳이 너무 멀어서 몸을 가지고 갈 수 없다던 어린 왕자야, 잘 도착했니?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팡세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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