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리커버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 정영목 (옮김) | 해냄 (펴냄)





전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백색 실명이 키워드라면 <눈뜬 자들의 도시>의 키워드는 백지투표다.

전체 투표에서 기권이 아닌 백지투표의 수가 70퍼센트를  넘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정부의 재 투표는 83퍼센트로 백지투표의 수를 더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들의 이 백지투표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주장하거나 드러내고픈 의사가 없었다면 기권이라는 방법대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해가며 백지투표라는 권리를 행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2,3번 안에 없는 다른 선택지를 원했던 국민들의 백지투표도 엄연한 투표권의 행사로 받아들여져야 했을 것이다.

《132. 그들이 백지투표를 한 것은 환멸에 빠졌기 때문인데 달리 그들이 얼마나 환멸을 느끼는지 분명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었지만, 그랬을 경우 틀림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다, 이것은 결코 그들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 투표의 결과를 음모론으로 몰고 간다.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개인을 사찰하고 군대를 동원하며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무력 행위 동원의 조짐마저 보인다. 수도를 옮기고(버렸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방치하며 남겨진 자들의 혼란과 파괴를 기대했지만 그들의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 청소부들의 파업으로 도시의 혼란이 시작되기를 기대했지만 그들은 제복을 벗어두고 시민들과 함께 도시의 청결을 유지했다. "136.제복이 파업을 하는 것이지 우린 아닙니다."​



이제 정부는 백지투표를 모함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국민을 향해 폭탄을 터뜨리는 자작극을 펼친다. 이 폭발사건으로 우익정당과 중도정당의 지지자들이 크세노폰이라 불리우는 도시탈출을 감행한다. 백지투표를 한 사람들은 도시의 경계를 넘을 수 없었다. 이 대목에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블랙코미디인가? 얼굴에 백지투표라고 써놓은것도 아니고 어떻게 구분한다는 건지? 결국 경계선을 넘으려는 자들중에 백색첩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들 모두를 장벽을 넘지 못하게 했다. 이 긴 행렬을 집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정부가 한 일은 선동과 가짜뉴스였다. 두고 온 집이 백지투표자들에게 약탈되고 있다는 거짓말.

사람들은 대열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갔지만 역시 정부가 원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화합만이 있을 뿐이었다.

정부는 정부가 맞은 위기 앞에 정작 자신들은 쏙 빠져나간 채 그들이 지켜줘야 할 국민들을 편가르기 하며 싸움을 붙인다. 허수아비 대통령을 세워두고 총리가 모든 장관직을 독점해 나가며 자기식대로의 해결을 하려한다. (특정 누군가가 딱 떠오르는 부분이다.)



대통령과 내무부장관 앞으로 온 편지를 도화선으로 백지투표 사건은 엉뚱하게 흘러간다. 4년전의 백색실명과  연관지으며 현대판 마녀사냥이라도 하듯이 모두가 눈멀었던 시기에 오직 혼자 눈뜬 사람이었다는 이유로 안과 의사의 아내가 표적이 된다. 그때 그녀가 했던 살인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눈멀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더 문제화시키며 그녀를 공공의 적으로 세운다. 사건 수사를 위해 경계를 넘어왔던 경정은 거짓을 만들 수가 없었다.

《321.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이미 선고가 내려진 사건들도 있다는 뜻이오."

​335.그냥 목표로 삼을 과녁이 필요할 뿐이야, 이게 안 되면 다른 걸 찾을 거야, 그게 안 되면 또 다른 것, 또 다른 것을, 마침내 성공할 때까지, 아니면 단순한 반복 때문에 그가 설득하려는 사람들이 그의 방법과 절차에 무관심해질 때까지 얼마든지 찾을거야. 어느 쪽이든 당은 이길 터였다.》

'보'. 진실을 밝히기로 용기를 낸 경정의 이름이 책에 거론되는 첫이름이다. "392. 하지만 이름이란 말에 불과하지요,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전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그간의 수사기록을 손편지로 정리해서 의사 아내의 사건을 싣지 않았던 신문사를 찾아갔다. 신문사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신문은 발생되었지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신문은 모두 수거되어졌다. 경정은 낙담했지만 신문기사는 복사되어 거리에 뿌려졌다. 도시가 스스로 문제를 받아내고 있었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정부의 권력층과 사실은 개,돼지가 아닌 국민들. 꼬리가 밟힐 때마다 꼬리를 자르는 몸통.

이 끝없는 순환고리 속 승자는 누구일까? 이 도시, 아니 이 시대의 눈뜬 자는 누구일까?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해냄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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