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스페이스 | 미래도시 렘 콜하스, 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 임경규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건축가 렘 콜하스가 근대 건축을 바라보고 있는 시각에 관한 글이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프레드릭 제임슨의 뒤이은 논문을 읽고 역자의 해제까지 읽고나서야 독서의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음을 알게 되었다. 《112. 이 글이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대상은 실제 도시 공간이나 건축물이 아니다. 》 실제 건축물이 아닌 쇼핑이라는 행위가 상위 개념인 쇼핑몰을 얘기하고 있었다. 근대 이전의 건축에서 벽면은 신화의 벽화로 장식되었지만 근대의 건축에서는 건물의 외벽을 이루는 사면의 벽과 기둥들은 쇼핑몰의 전시장으로 설계되어 대중이 아닌 소수를 위한 명품을 전시한다. 《16. 정크스페이스는 디자인에 기생하여 번성한다. 그러나 정크스페이스에서 디자인은 죽는다. 형식은 없고 번식만이 있을 뿐이다. 19. 정크스페이스의 어디를 가든 앉을 곳이 마련되어 있다. 43. 정크스페이스는 건물 내부를 위해 고안된 것이지만 결국에는 도시 전체를 게 눈 감추듯 삼켜버릴 것이다.》 제공되는 편의를 편의 그 자체에 주목하기 보다 그만큼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는 시각이다. 공항도 면세점을 대표로 하는 거대 쇼핑몰일 뿐이고 도시를 터올리면 쇼핑몰을 중심으로 번성한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는 말에 강한 동의를 하게 된다. 예전에는 포ㅡ지판 하나만 있으면 원하던 곳까지 쉽게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표지판이 교묘히 길을 뒤엉키게 만들어 길을 잃게 만들거나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복잡성은 디자인보다는 계산된 설계로 많은 거래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대형 쇼핑몰의 미로에서 자주 길을 잃는 나는 내 탓만이 아님에 한 숨 놓는다) 현재에 이르러 쇼핑은 온라인 쇼핑이 강세를 떨치며 오프라인 쇼핑몰을 위협하고 있다. 쇼핑몰들은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한다. 옛날 공원과 광장의 역할을 대체한 도시 중심가를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한 변화이다. 《89. "결국 쇼핑 말고는 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가 붙잡혀 있는 이 세계는 사실 그 자체로 쇼핑몰이다. 정크스페이스라는 바이러스는 사실 쇼핑 바이러스인 것이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쇼핑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물건을 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쇼핑은 공연이다'라고 표현했다. 해제에서는 아울러 쇼핑은 가장 강력한 정치적 힘이자 무기이며, '우리가 자본에 대항하여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저항의 수단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우리가 최후에 쓸 수 있는 저항의 무기 '불매운동'이 그 예가 될 것이다. 《101. 정크스페이스의 상부구조는 건축이 아니라 쇼핑이다. "정크스페이스는 거미없는 거미집이다."》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