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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단편전집, 개정판 ㅣ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주동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5월
평점 :
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 이주동 (옮김) | 솔 (펴냄)
무려 84편의 단편들이 실린 솔 출판사의 '변신'이다.
카프카에 의해 출판된 작품들은 각각 <관찰,선고,화부,변신,유형지에서,시골의사,어느 단식 광대>라는 소단원을 달고 수록되었다. 그에 의해 씌여져 남겨진 것보다 태워져 사라진 작품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카프카에 의해 출판되어졌다는 사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중 <관찰>이라는 챕터로 묶인 18편의 단편들. 짧게는 한 페이지 분량의 단편도 있고, 긴 단편이라고 해도 많은 지면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관찰'이라는 주제에 맞게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관찰하는 독백에 가까운 글이 대부분이다. 타인과의 감정의 교류는 거의 보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생각에 매몰된 단절이 느껴졌다.
《55. 마침내 그는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 자기 방을 나와 작은 복도를 가로질러 몇 달째 들어가본 적이 없는 아버지의 방으로 들어섰다.
56. "여긴 지독히 어둡군요. 창문을 닫으셨나 보죠?"
"난 닫는 게 더 좋단다."
"바깥은 아주 따스해요."
-<선고 중에서>》
바깥 세상에 관심이 많은 아들과 대조적으로 창문을 닫고 세상과 단절하려는 아버지의 은둔자적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아들에게 빠져 죽을 것을 선고하는 아버지의 말에 강으로 달려가 뛰어드는 게오르크.
굶주린 자가 음식물을 움켜쥐듯이 난간을 잡은 게오르크는 곧 맞닥뜨릴 죽음이 아버지로부터의 해방이기에, 비극이 아니었고 자신이 떨어질 때 난간 기둥 사이로 자기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를 쉽사리 들리지 않게 해줄 것 같은 버스를 보면서 "부모님, 전 항상 부모님을 사랑했습니다" 라고 나지막히 외친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죽음의 조건을 찾으며 사랑의 과거 시제를 통해 미래와의 단절,즉 아버지로부터의 해방을 꿈꾼다.
애증의 관계인 게오르크 부자는 카프카의 모습과 몹시도 닮아 있다. <화부>에서 카알을 추방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변신>에서 보여지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프카는 많은 글을 썼지만 자신의 가족사를 벗어나는 글쓰기는 어려웠던 듯이 보인다. 아니 어쩌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가 그것이었던지도 모를 일이다.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단편에서 아버지라는 존재가 등장하거나 아버지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치 않았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 그 관계가 좋지 못했던 카프카의 개인사와 무관하지 않다.
<유형지에서>는 고문장치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장교가 등장한다. 고문장치가 폐기처분될 상황에 이르자 고문 장치와 운명을 함께 한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통해서는 정체성의 상실을 얘기하고, <어느 단식 광대>를 통해서는 입에 맞는 음식을 삶의 목표나 이유로 본다면, 살아갈 이유나 목적을 갖지 못한 삶은 죽음에 이르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300. 왜냐하면 저는 입에 맞는 음식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것을 찾아냈다면, 저는 결코 세인의 이목을 끌지는 않았을 테고, 당신이나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배가 부르게 먹었을 것입니다.》
단편 소설이라 불리우기도 애매할 정도의 초단편선들은 '카프카의 일기'를 읽을 때만큼이나 그의 내면 세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언젠가 <변신>을 읽고 그 난해함에 충격적인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 기회에 유고집에 실린 작품들까지 보게 되면서 그래도 그 중 <변신>이 쉬운편이었다는 걸 알았다. 유명한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만나기 쉽지 않은 단편들 이다. 그의 작품들은 자아 정체성의 상실과 고립,단절 그리고 자신과 아버지와의 불행했던 관계가 전체적으로 녹아 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솔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