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일기 카프카 전집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유선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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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일기 
카프카 (지음) | 이유선 장혜순 오순희 목승숙 (옮김) | 솔출판사 (펴냄)​



​일기는 쓰는 이의 입장에서는 일상의 기록과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읽는 이에게는 일기의 주인에 대해 알고 싶은 호기심과 비밀을 엿본다는 짜릿함이 있지 않을까 한다. '카프카의 일기'는 그가 고인이 되었기에 그리고 공식적인 활자가 되었기에 비밀스럽지는 않지만 그 어떤 암호보다도 해석이  쉽지 않은 그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내면의 흐름이라는 실핏줄같은 힌트라도 있지만 '카프카의 일기'는 연결되지 않는 뜬금없는 상황들과 맥락없이 이어지는 사색의 기록들이 읽어내기가 쉽진 않았다.



《109. <1910년 12월 16일>

나는 일기 쓰는 것을 더 이상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여기에서 나를 확인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여기에서만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지금처럼 때때로 내 안에 갖고 있는 행복이란 느낌을 기꺼이 설명하고 싶다. ~ 그런데 이 능력이 부재하다는 것은 매순간, 지금도 역시, 아주 확실하게 나를 설득할 수 있다.》

많이 쓰기도 했지만 자신이 직접 폐기하고 유언으로 소각한 양은 남겨진 것에 비해 더 많았다고 하니 쓰기 위한 삶을 살다 간 것만 같다. 
연극,공연 관람에 관한 후기와 감상평도 줄거리와 함께 많이 실려있다. 분야는 달라도 예술은 예술로 이어지고 통하는 지점이 있나 보다.

​유대인과 관련된 일화나 역사에 관한 관심이 많이 보였다. 유대인이었던 모계쪽 혈통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랐나 보다. 건장한 체격의 아버지에 비해 왜소했던 카프카는 심리적으로 많은 위축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의 소설들에서 보이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짐작된다. 기울어져 가는 아버지의 사업으로 섬세한 감성을 가진 그가 장남으로써 느꼈을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일기에도 표현되어 있다. 아버지의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나 아버지와는 아무래도 카프카는 잘 맞지 않았던 듯 하다. 공장은 카프카에게 고통이었고 카프카에게 엄격했던 아버지는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262. 아버지가 끊임없이 동시대인들의, 특히 자식들의 행복한 상황을 빈정대면서 당신이 어린 시절에 겪어야만 했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귀 기울이는 일은 고통스럽다.~ 나는 그 모든 것을 겪지 않았다는 사실과 비교된다고 해서, 내가 아버지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왔다거나, 아버지가 남들에게 교만한 태도를 취해도 된다거나, 당신이 당시에 겪었던 고통들의 진가를 내가 인정할 줄 모른다고 가정하고 주장하거나, 아버지와 동일한 고통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무한정 감사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25. 그저께 공장 때문에 욕을 먹었다. 그다음 한 시간 동안 쇼파에 누워서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에 대해 생각.》


문학을 위한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주어진 시간을 문학을 위해 사용 할 수 없음에 퍽이나 낙담했을 카프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래서 더 많이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들 뿐만 아니라 '실종자' '선고' 등 소설의 습작도 기록한 걸 보면 '카프카의 일기'는 단순한 일기를 넘어선 그의 인생 그 자체로 보여지기도 한다. 어느 부분에서는 일기인지 습작인지 구분이 안되는 곳도 있었다. 도스토옙스키의 편지도 있다. 일기가 개인의 기록이라고는 하지만 독자에게는 혼돈 그 자체다. 카프카 본인은 자신의 일기가 훗날 타인에게 읽히게 되리라는 것을 상상이나 해 보았을까?
그의 대표작인 '변신'에 대한 아쉬움을 넘은 불만족도 보인다.


《476. 저는 문학 외에는 다른 그 무엇도 아니며, 다른 그 무엇일 수도 없으며, 다른 무엇이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477. 제 직장이 저를 변화시킬 수 없듯이, 결혼 생활도 저를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629. 나는 무의미하게 자신을 소진시키고 있다. 글을 쓸 수 있으면 행복할 텐데, 글을 쓰고 있지 않다.》

'오늘도 쓰지 못했다' '오늘부터 일기를 쓸 것!규칙적으로 쓸 것!'과 같은 다짐도 곳곳에 보인다. 쓰고 싶은 만큼 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인지, 써야 한다는 강박인지 아니면 그 사이 어디쯤인지는 알 수 없다. '읽고 싶다'와 '읽어야 한다'를 쉴 새없이 반복하는 내 모습을 잠시 겹쳐 본다.


겁없이 카프카 시리즈 중 가장 두꺼운 <카프카의 일기>를 먼저 읽었다. '잘못된 선택이었나?'하는 후회도 잠시. 혹시나 카프카의 작품을 읽을 계획을 가진 독자라면 <카프카의 일기>를 먼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유대계 독일인이라는 모호한 정체성과 문학에 전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가정 형편, 섬세한 그를 강압적으로 대했던 아버지. 카프카가 안정감을 느낄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불안함과 외로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집착과 강박이 된 그의 마음이 일기 전체에 녹아있는 듯 하다. 카프카에 대해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해' 해보고 싶어진 책읽기였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솔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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