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나의 전 공작부인>을 배우며, 결혼이 거래이던 시절에 팔려가듯 결혼을 하게 된 여성들이 자신들의 삶은 완벽한 미소에 있다고 확신했을 것이라고 넬은 생각한다. 어릴 적엔 수동적인 하녀가 부러웠지만 이제 넬은 그저 미소만 짓다가 그 미소에 질려버린 공작에게 죽임을 당한 공작부인도, 차에 태워주겠다는 친절을 믿었다가 성폭행 당한 테스도 멍청하다고 여긴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타인을 기쁘게 해 주려고 애쓰는 삶이 탐탁치 않다.
그러면 넬은 그것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생계를 꾸리기 위해 편집일을 하게 된 넬은 남자들과 오래 만나지 못하고 익숙해지면 떠나는 삶을 산다. 여자의 적은 여자인걸까? 남편과 아이들로 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오나의 짜여진 계획하에 티그와 동거하게 된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결합이었기에 쓸모가 다 되면 버림받을거란 오나의 예상과 달리 둘은 노년까지 함께 한다.
어려서는 동생을, 성인이 된 이후에는 다른 여자의 남편과 아이들을, 그리고 그들의 안심을 위해 오나까지도 책임지는 넬이 답답하기만 하다. 남의 남자와 사는 넬이 부도덕한 걸까, 아니면 자신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남편과 아이들을 위탁하듯 책임 전가한 오나가 부도덕 한걸까?
모두들 그녀에게 기대오면서 감사는 커녕 당당하다. 흰말을 맡기는 빌리도 오히려 '호의'를 베푸는 거라고 여기고, 불안증이 심한 아기였던 동생 리지가 자라서 성인이 되어 정신분열증이란 말을 듣자 부모님도 넬에게 의무를 지우려 한다. 천박한 여자들이나 남의 남편과 사는 거라고 만나지도 않으려던 양반들이!
알면서도 그저 내어주고 당해주면서도 큰소리로 항변하지 않는 넬이 고구마 백개쯤 먹은 답답함을 주지만, 애트우드가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살았을 그 삶을 실제로 살아가는 많은 넬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도덕적 혼란>은 많은 여성들의 자전적 소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리지와 넬, 릴리의 대사가 강한 여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