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도원.호계.재인.남모를 사연 하나씩을 품고 있을 것 같은 네 남녀의 사랑과 사랑을 담지 않은 연애에 관한 소설이다.연애 소설이라 하니 통속적이고 유치하리라는 선입견이 끼어들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장까지 천천히 집중하며 읽어내려간 것은 그들의 내면이었다.《13.그렇게 애정을 쏟았는데 돌아오는 건 도리어 상처와 아픔이라니. 그때 느낀 감정은 어른의 언어로는 배신감이었다. 너무 날카롭고 아름다운 건 결국 속성을 뒤바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걸까.》도원에게 다가서고 싶은 예진, 그녀와 평행선을 걷고 싶은 도원. 서로를 마음에 담고도 한템포씩 삐그덕 거리는 타이밍의 도원과 재인. 밝음으로 우울과 불면을 가리는 예진과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지향하는 호계. 이들이 가면을 쓰고 외로움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나를 포함한 누구의 이야기라도 될 수 있었다.《79. 외롭다. 이 감정은 내 안에 있는 것.그런데 왜 밖에서만 답을 찾으려 할까.》어디 외로움 뿐이랴. 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의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 하고 해결도 밖에서만 찾으려 하니 답이 나오질 않지. 숱한 방황이 되기도 하고.심심함과 외로움의 차이. 사전 속 의미는 알고 있지만 자신에게 닿아있는 이 두 단어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심심함을 외로움으로 착각해서 하게 되는 사랑이나 결혼은 외로움의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더 깊은 외로움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내 감정을 좋아하며 즐기는지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 혹은 알지만 경험해보지 못하는 슬픔.《161.여기서 정작 중요한 건 다른 게 아닐까? 이 질문이 너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 자체에 주목해봐.같은 고민을 계속 안고 있다는 건, 이미 네가 결론을 알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때로는 답을 몰라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운 것이다.《207.오빠가 좋은 사람이든 아니든 그건 오빠 판단이지 제 판단이 아니고요. 오빠 좋아하는 마음은 내 껀데 그 마음까지 오빠 마음대로 비난하지 마시라고요.》오! 진짜?그 마음은 네꺼라고? 그 감정을 보여주고 들이대며 부담주면 그건 온전히 네것만이 아니란다.《231. 이제 재인의 세계에는 엄마도 현조씨도 호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호계를 생각하면 도원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한쪽 가슴이 아리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때 소중하고 가까웠던 것들은 다 사라졌다. 재인은 그녀가 늘 실패하던 것에 성공했다. 연결되지 않고 끊어내는 것을. 그러므로 그녀는 이제 백지처럼 결백한 영혼을 지닌 새 사람이다.》돌아보게 된다.아파서, 귀찮아서 혹은 그냥 싫어서 쉽게 버리고 끊어낸 것들에 대해서.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소설에서 나는 사랑보다는 인생을 보았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일상의 오가는 곳이 일정한 패턴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많은 사람을 만나며 인연이 되기도 하고 악연이 되기도 하고 지나치기도 억지로 지나쳐보내기도 하면서 써내려가는 인생.《264.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된 주관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