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을 반대합니다 안녕 청소년 문학 1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지음, 김정하 옮김 / 풀빛미디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짚고 가자면 출판사 블로그에 따르면 이 책은 15세 이상에게 추천한다. 초등학생은 이 책의 적절한 독자가 아님을 분명히 해두는 바이다.(물론 학생들의 첫 이성교제 나이가 어려지고 있으므로 절대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릇 첫사랑 이야기가 그렇듯 주인공은 설레여 하고, 두근거리고, 마음 아파 하기도 한다. 다만 다른 이야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 모두 주인공의 남자친구 '에우헤니오'를 탐탁치 않아 한다는 점이다. 단란한 부모님과 다정한 친구들이 여럿 있는 주인공 '마리나'와는 달리 에우헤니오는 '며칠은 괜찮고 며칠은 나쁜' 남자친구다.


에우헤니오는 마리나에게 다양한 것을 요구한다. 숨기는 것이 없어야하고(설령 그게 개인정보라 할지라도), 사랑을 맹세해야 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 어울리지 말아야하고(그게 평생의 절친이라도), 자신이 요구하는 것(노출 사진까지!)은 모두 주어야한다. 마리나는 자신의 마음을 증명하기 위해, 에우헤니오와 사귀는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그 모든 것을 감내한다. 하지만 에우헤니오는 끊임없이 요구할 뿐, 마리나의 마음에 화답해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에우헤니오의 말과 행동은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다. '내 말대로 해주지 않으면 넌 날 사랑하지 않는거야 .' 라는 논리를 주장하며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한다. 마리나 또한 이러한 모습이 석연치 않지만 '며칠은 괜찮은' 남자친구이므로, 에우헤니오를 사랑하므로, 자신이 잘 하면 이러한 점이 사라질거란 믿음으로 관계를 이어나간다. 실로 위험한 관계이지만 실제로 많은 소녀(그리고 소년)들, 그리고 성인들이 겪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관계가 진짜 사랑인가에 대한 의문은 뒤로 하고) 과연 모든 사랑은 아름다운가, 모든 사랑은 지지받아야 하는가,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내 사랑 앞에서 우리는 사랑의 콩깍지를 벗어낼 수 있을 것인가 등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삶 속의 문제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게 해주는 좋은 발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