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집 그림책이 참 좋아 83
허아성 지음 / 책읽는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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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저학년 보결수업을 들어갔을 때였다. 담임선생님께서 '내가 살고싶은 집 상상하여 그리기'라는 주제를 준비해두셨길래, 상상화는 쉬우니까 하고 도화지를 나누어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수업은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물론 저년차가 들어간 보결수업에 큰 기대를 한 사람은 없겠지만.) 상상화는 자유롭게 그리는거니 아이들이 쉽게 할 것이라는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우선 주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 아이들을 위해 시범을 보이니 나를 따라하는 학생들이 한 무더기가 나왔다. 아이들의 활동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는 점은 그저 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때 이 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주인공 해인이는 엄마 아빠와 살고 싶은 책을 상상한다. 해인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엄마 회사에서도 멀고 뛰어서도 안 된다. 거기서 시작해서 해인이와 가족들은 서로 살고싶은 집을 이야기한다. 해인이의 마음대로 뛰어도 되는 집, 엄마의 회사와 가까운 집... 처음에는 있을 법한 집들이었지만 점점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마음대로 공간을 이동하고, 물건을 공유하고... 미래에나 볼법한 집들이 등장한다.


다시 보결수업의 추억으로 돌아가보자. 선택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면 판단력이 흔들려 판단을 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다. 자유롭고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피로감을 주어 생각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상화 그리기 수업이 실패했던 것도 일종의 선택의 역설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너무 넓은 선택지를 주어 무엇을 그려야할지 도화지 위에서 길을 잃게 한 것이다.


이 책이 있었다면 내용 중 어디를 골라도 학생들에게 적당한 선택지가 주어진 재미있는 주제가 되었을 것 같다. 이 책의 작가도 그렇게 생각한건지 딱 내가 원하는 학습지가 함께 와서 더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가정에서 미술 교육을 하시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독서와 미술을 함께 재미있게 경험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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