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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알파걸 ㅣ 글라이더 문고 1
김현주 외 지음 / 글라이더 / 2021년 1월
평점 :
사실 이 책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제목 그대로 1920년대의 신여성들을 소개하는데 의의가 있는, 평범한 동화책이겠거늘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딱 세 페이지 읽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우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위인전들에서 많이들 간과하는, 그 지역의 사투리들을 야금야금 담았다. 이 책의 첫 인물인 이엽주의 경우 황해도 사리원 태생인데, 그 할머니가 사투리를 쓰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그 다음으로는, 소개하는 인물과 함께 그 친구 등의 보조인물을 통해 이 당시의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자연스럽게 소개되었다. 이엽주 편에서는 꽃남이, 이월화 편에서는 숙희가 그 당시의 수동적으로 살아가고, 살아가야만 했던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개하는 인물들도 조선 최초의 미용사, 아나운서, 여성 사진가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선택되어 신선함을 준다.(그 분야가 주로 예체능에 치우쳐 있다는 점은 아쉽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여자들은 역사 속에서 수없이 가려지고 지워졌다. 아인슈타인에 가려진 밀레바 마리치 등 그러한 인물들이 재조명 받는 흐름 속에서 이 책은 훌륭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여성 위인'이 아닌 '위인'으로 자연스럽게 조명받는 그날이 온다면 언젠가는 사라질, 사라져야하는 책이다. 그 날이 찾아올 때 까지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