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자존감 수업 -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어떻게 고민을 해결하는가
웨샤오둥 지음, 강영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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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많아진 요즘, 모두에겐 마음의 병이 있다는 주제의 드라마가 제작됐다는 것은 심리가 불안한 사람의 증가를 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여가 생활의 종류와 다양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많아졌고,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생활이 점점 편리해진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심리 불안과 같은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이 늘어난 까닭은 무엇일까. 그들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심리치료 역시 발전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개인에게 맞춘 심리상담 역시 치료의 방법 중 하나다. 그리고 여기, 심리를 연구하며 하버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하는 웨샤오둥 박사가 있다.


하버드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한 웨샤오둥 박사는 하버드대 심리상담 센터에서 실습하며 다양한 학생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심리를 상담하며 본인과 학생에게 미친 열 가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았는데 바로 <하버드 자존감 수업>이 그 책이다. 미국으로 유학 가는 길, 우연히 만난 노 교수로부터 '심리상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박사는 그날로부터 심리상담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심리상담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마치 하늘을 나는 느낌처럼." 나는 노교수의 말을 따라 하며, 세상에 이렇게 의미 있는 학문이 있다는 것에 의아해했다.


상담에 앞서 내담자의 편안한 마음을 위해 벽에는 중국화를 걸어두고, 언제든지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티슈를 준비하는 등 환경을 조성한다. 박사는 개인에게 맞춰 심리상담을 시작한다. 심리상담이란 무엇일까. 사실 '심리상담'을 한 단어, 아니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애초에 심리상담이란 개인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적용되기 때문에 더욱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웨샤오둥 박사는 사례를 말하며 심리상담을 다양하게 정의한다. 그의 사례를 읽다 보면 심리상담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상담자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기를 제대로 알고 자기를 계발하며 자기를 격려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심리상담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이 있다. 막연히 '하버드'는 남부럽지 않은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그 공간에 있는 이들에겐 치열한 전쟁이며 스트레스가 가득한 곳일 수 있는 것이다. 박사가 말하는 사례 속 학생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당사자들에게 그 시간은 가장 무겁고, 힘든 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상담이 중요한 것이다. 내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로하며 설득하는 과정.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관계가 있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대화가 필수적이다. 대화가 없는 관계는 없고, 대화의 깊이가 관계의 깊이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좋은 '관계'와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선 듣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도 대화의 중요 요소지만, 타인의 의견을 듣고 공감하는 것이 더 큰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버드 자존감 수업>은 더욱 가치가 있다. 십몇 년 전에 쓰였음에도 현재까지 적용되는 심리상담의 사례는 '어떻게 듣고 반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웨샤오둥 박사는 '공감'에 대한 정의와 특징을 이야기하는데 굉장히 인상적이다.


"갓 입문한 사람은 공감을 표할 때 두 가지 잘못을 저지르기 쉬운데, 하나는 내담자의 느낌에 지나치게 관심을 표해서 공감 거품을 산더미처럼 만들어 실제로 전혀 도움이 안 되게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생각을 지나치게 긍정해 공감 덫을 겹겹이 놓아 내담자와 대질할 기회를 놓쳐버리는 거죠."


공감의 다양한 특징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공감은 동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공감이란 그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다 '동의'는 내담자의 생각을 전적으로 인정하는 행위이다. 즉 비이성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내담자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그의 환경과 의견을 존중하되 그가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심리상담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박사는 나은 상담을 위해서 통찰력과 소통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며 심리상담 대화는 '인간관계 소통의 예술'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군가를 상담할 일이 생기곤 한다. 가벼운 술자리나, 학교생활 속 선후배 관계, 혹은 가족 간의 대화 속에서도 등장한다. 심리상담은 어떤 큰일을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다. 앞서 말한 상담이 아니더라도 일상 대화가 누군가가 지닌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심리상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추가로 박사는 독자들에게 '심리상담'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이끌기 위해 사례 사이마다 작은 지식을 적어두었다. 심리학자와 같은 간단한 이야기부터 심리상담의 주기나 앞선 사례에서 적용된 이론의 짧은 정의까지. 웨샤오둥 박사는 '작은 지식'이라고 표현했지만 사례를 건너뛰고 이 부분만 읽더라도 꽤 든든해지는 양으로 구성돼 있으니 이 글을 읽고 심리상담에 관심이 생긴 이가 있다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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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 여성들의 오피스 서바이벌 매뉴얼
제시카 베넷 지음, 노지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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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순히 3년 전과 비교해도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더욱 친근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 느끼는 유리천장의 두께가 얇아진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이 여성이 느끼는 차별에 대해 알고, 간극을 좁히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행동 자체가 가치를 지닐 것이다. 여기, 페미니즘에 대한 책 한 권이 있다. 제시카 베넷이 쓴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여성들의 오피스 서바이벌 매뉴얼>은 직장 생활, 즉 사회 활동을 하며 느낄 수 있는 여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창조해 재치 있게 풀어나간다.


이 책의 목표는 여러분을 전쟁의 전술들로 무장시키는 데 있다. (중략) 무엇과의 전쟁이냐고? 일반적인 성차별, 긴가민가한 성차별, 노골적인 성차별, 때로는 가장 진보적인 사무실에조차 존재하는 의식하기 어려운 성차별과의 전쟁이다.


점점 진화하는 성차별, 누구의 잘못인가.


유색인종들이 하루 단위로 견뎌내고 있는 은밀한 차별―미묘한 모욕이나 묵살 같은 인종차별주의―처럼 오늘날의 성차별은 음험하지만 은밀하고, 가볍고, 정치적으로 올바르며, 때로는 친근하기도 하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오늘날의 성차별을 이처럼 정의한다. 더불어 미묘한 성차별이라는 새로운 명사를 ''내가 유난스러워서 이런 걸 기분 나빠하는 건가?'같은 생각을 하게 만다는 성차별. (아니다. 당신은 유난스럽지 않다.)'라고 정의한다. 지금 글을 읽은 당신이 '남성'이라면, 게다가 페미니스트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책을 통해 '남성들이 이 전쟁에 꼭 필요한 사람이니 FFC(가상의 공간)에 가입해야 한다'라며 단언한다. 더불어 '우리(여성)의 해방은 당신(남성)의 해방'이라고도 표현한다.


남성들은 수천 년 동안 지배하는 성으로 대접받아왔고, 어렸을 때부터 권위 있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고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하며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신체언어를 체득해왔기에 때로는 착한 남자들조차 그런 행동 패턴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책에서 작가는 '여성'의 관점에서 다양한 '○○남'을 표현하고, 그들을 상대하는 법을 서술한다. '○○남'이란 표현에 기분이 상할 필요는 없다. 남성과 여성, 성별에 상관없이 책에서 말하는 상대는 '인간적으로 이상한' 사람일 뿐이니 말이다. 더불어 작가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여성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린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으며, 그 극복 방법까지 '친절하게' 말해준다.


어쩌면 오늘날의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문제'는 그 이상한 느낌의 잔재일지도 모른다. 공허함은 사라졌다. 여성은 얼마든지 전문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우리가 아직도 거기까지 갈 자격은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대체되었다. 우리 머리에 들어앉은 이 생각은 크고 작은 방식으로 우리를 공격한다. 어떨 때는 자신감을 서서히 갉아먹는, 작지만 끈덕지게 들려오는 자기의심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



말의 힘은 성차별도 파괴한다.

작가는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을 통해 '말'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남성과 여성의 스피치 패턴과 억양에 대해 말하며 고쳐야 할 습관을 정리한다. '고쳐야 할 습관'이라고 하면 언어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작가는 조금 다르게 말한다.'그냥', '너무', '~ 같아요' 등 허사는 안 좋은 습관이므로 고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그 언어 습관이 좋다면 유지해도 되고, 특히 '나답게' 말하는 방법이라면 더욱 고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는 '고쳐야 할 습관'은 무엇일까. 예의상 덧붙이는 '미안합니다'나, '보호막 어휘' 등이 이에 속한다.


여성과 스피치에 관해서는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이상적인 스피치라 여겨지는 것이 여성이 실제로 말하는 방식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 모두가 같은 외모와 생각을 지닌다면 모두가 이상적인 사회, 즉 '유토피아'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성차별은 이런 당연함을 간과하는 순간 드러나게 된다. '말'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사소하게 행해지는 차별은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정의하면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늘 긴장해야 한다.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을 보면,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다. 사회 속 성차별을 새롭게 정의한 작가의 재치가 독서 내내 미소를 띠게 하지만,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책에서 말하는 FCC는 가상 속 동호회지만, 그들이 파괴하기 위해 애쓰는 행동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 속 일러스트와 다양한 표는 심각해지는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만약 당신도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을 읽고 머릿속이 정리됐다면, 이제 행동할 차례다. 성별에 상관없이 책에 나온 피해를 겪었다면 책 속 '매뉴얼'처럼 행동하면 되고, 주위에 차별을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면 콕 집어주면 된다. 혹시 당신이 차별이라고 인지하지 못 하고 했던 행동이 책 속에 나왔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성차별의 피해자나 목격자보다 가장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무거운 내용을 가볍게 서술했지만 독자의 인생을 한순간에 바꾸는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혹시 책을 읽지 않은 당신이 이 글을 읽는다면, 반드시 권하고 싶다. 앞으로 달라진 인생이 기대된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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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삽질 중 - 열일하는 미생들을 위한 독한 언니의 직장 생활 꿀팁
야마구치 마유 지음, 홍성민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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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회 생활 4년차. 완전한 신입사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썩 베테랑도 아닌 애매한 연차다. 이제는 적응할 만도 하지만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회사생활에 지칠 때쯤 마주한 야마구치 마유의 <오늘도 삽질 중>. 베스트셀러인 <7번 읽기 공부법>의 저자인 야마구치 마유의 신작이다. 해외의 회사 문화나 분위기가 궁금했는데, 적어도 일본만큼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하버드 로스쿨 과정을 마치고 변호사가 된 어마어마한 스펙의 소유자인 작가마저 눈물을 머금고 다녔던 회사는 어떤 곳이었을까. 


사실 회사는 중요하지 않다. 이직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대화할 때면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어느 회사를 가든 똑같아." 무책임해보이는 말이지만 굉장한 뼈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왜 일하는지'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 직장생활의 가장 큰 가치일 것이다. 작가 야마구치 마유 역시 책의 도입부에 일할 맛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와 같이 말한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서 오는 만족감이 힘든 순간에도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기쁨이자 원동력이다. 자신만의 프로의식. 바로 그것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일할 맛을 나게 하는 비결인 것이다. 


이대로라면 죽기 전에 후회할 것이라고.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지만 딱히 이룬 것도 없는 인생이라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조금은 미흡해도 '이 가치를 위해 일생을 걸었다'라고 스스로 당당해지고 싶다. 푸른 바다를 꿈꾸는 나비처럼. 

일, 그리고 미래의 끝이 보이는가. 

일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실수가 드러날 때가 있다. 꽤 능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일에서 실수가 발견되면 당황스러움과 함께 판단력은 흐려진다. 당장 벌어진 일을 '눈 가리고 아웅' 하기도 한다. 작가는 관련된 본인과 친구의 사례를 말하며 어떤 행동이 현명한 대처인지 설명한다. 또, 이런 실수가 벌어지면 이상하게도 의욕은 더욱 퇴감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스스로가 나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순간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파도도 '좋은 파도'와 '나쁜 파도'가 있다. 

작가는 무사노코지 사네아쓰의 <우정>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직장 생활 내 파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파도는 운명처럼 다가온다. 파도에 잘 올라타면 기분 좋게 앞으로 나아가지만 기회를 놓치면 아무리 버둥거려도 생각처럼 되지 않아. 현명한 사람만이 다음 파도를 기다린다. 

최근 MBC every1 <비디오스타>에 출연한 광고 천재 이제석은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천재가 되려거든 흥미라는 급물살을 타라'의 흥미는 '좋은 파도'인 것이다. 이와 함께 작가 야마구치 마유는 가만히 파도를 기다리는 것 역시 좋은 자세라고 말한다. 나쁜 파도에 지쳐 그만 두는 순간 바로 찾아오는 좋은 파도 역시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파도가 '자신에게' 좋은지 알아보기 위해선 본인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남들의 유동적인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의 잣대로 스스로를 평가해야 한다. 과대평가한 나머지 모든 걸 다른 누군가에게 탓을 돌려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깎아내리며 주저앉아서도 안 된다.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기다리면서 자기 평가를 믿어야 한다. 


나를 평가하는 행동만큼 주관적인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때로는 너무나 긍정적이게, 혹은 부정적이게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신뢰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직접 부딪치며 얻은 저자의 사회 생활 노하우를 따라가다 보면, 사회 초년생이라도 모두에게 인정받는 노련한 베태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달 초에 있었던 긴 연휴동안 <오늘도 삽질 중>을 읽으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냈다. 직장 생활에 피로함을 느끼는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을 응원하며, <오늘도 삽질 중>을 통해 매일 출근해야하는 이 시대의 미생을 위한 꿀팁을 얻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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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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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봉을 앞둔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원작 소설 작가 기타가와 에미의 신작이 나왔다. 스스로 '아무튼 재미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라이트 노벨의 강자인 만큼, 이번에도 흡입력을 지닌 소설을 발표했다. 첫 번째 소설에 이어 두 번째 소설까지 이렇다면, 앞으로 기타가와 에미라는 작가가 어떻게 성장할지 무섭기까지 하다.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90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을 거쳐온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렇게 말했을까. 

나는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병원 침대 위에서 주삿바늘을 꽂은 채 대체 어떠한 생각을 할까.

안 좋은 사건으로 회사를 관둔 슈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직장이 있었을 땐 찾아가지 않았던 고향으로 간 슈지는 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를 찾아가고,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괜히 마음을 울린다. 그러던 중,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료에게 수상한 아르바이트를 추천받는다. '주식회사 히어로즈' 일을 시작했지만, 도저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평범함이 장점이라는 등 알지 못할 소리만 하는 곳은 영 못 미덥지만. 주인공 슈지는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느낀다.


'일=즐겁지 않다?'

즐거운 '일'은 세상에 존재할까? 흔히 일과 스트레스는 연결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꿈'이자 '희망'이 되고는 한다. 슈지 역시 마찬가지다. 일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영 찜찜하다. 그런 슈지를 향해 회사에선 이렇게 말한다.


"즐겁게 일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입니다. 대가는 꼭 힘든 일에만 지불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은 점점 길어지고, 행복의 가치 역시 높아진다. 그러나 당신은 그 속의 '나'는 어떤 위치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슈지는 '주식회사 히어로즈'의 업무를 하며 자신의 행복에 대해 고민한다. 주위 동료와는 달리 어떠한 특색이 없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기만 하다. 과거의 안 좋은 일이 생각나며 트라우마는 깊어진다. 


인간, 삶, 그리고 관계

관계에 상처받은 슈지는 결국 큰 사고를 친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역시 글렀다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동료는 말한다. 


"모든 사람이 누군가의 '대타'가 될 존재임과 동시에 모든 사람이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만한 감정 중 하나, '밀리는 두려움'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나'로 인해 굴러간다면 얼마나 가치 있을까. 그러나 내가 직장에서 사라지는 순간, 그 자리는 순식간에 다른 이로 인해 또다시 굴러간다. 도저히 내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고, 일에 대한 공허함은 커지기만 한다. 하지만 '주식회사 히어로즈' 직원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같은 일이라도 받아들이는 방법은 다르고, 해결하는 방법 역시 다르다. 


"인간은 항상 누군가와 엮이며 살아갑니다." (중략) "그 영향이 큰지 작은지는 별개로, 인생이란 언제나 그렇게 얽히고설킨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관계에 상처받은 슈지는 '주식회사 히어로즈'를 통해 만난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회복한다. 삶은 그렇게 얽히며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면 끝이 없다. 하지만 고민과, 그 시간의 가치는 어떤 물질적인 것보다 커다랗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직장과 인생, 그리고 관계 속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주식회사 히어로즈>는 직장생활에 지친 회사원과 관계에 상처받은 이에게 권하고 싶다. '당신 인생의 히어로는 누구입니까?' 책에 있는 문장을 통해 글을 마치고 싶다. 나의 히어로를 생각하며 인생을 되돌아보고, 당신도 누군가의 히어로가 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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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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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다양하게 개봉했다. 그중, 지난 14일 개봉한 <몬스터 콜>은 리암 니슨을 비롯한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더불어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알려진 페트릭 네스의 <몬스터 콜스>를 바탕으로 제작돼 더욱 흥미를 이끈다. 2012년에 출간된 영국 도서관 협회가 수여하는 카네기상과 가장 우수한 일러스트레이션에게 주는 케이트그리너웨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화려한 이력만큼 책의 외부와 내부는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 특히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동화'라는 홍보 문구를 통해 마음을 열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다. 


이야기는 사나운 짐승이다. 그걸 풀어놓으면, 어떤 파괴를 불러올 지 모른다. 



어두운 분위기, 그러나 낯설지만은 않다.

소설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코너다. 엄마와 아빠는 헤어졌고, 엄마는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있다. 가정을 떠난 후 자녀의 이름조차 제대로 부르지 않는 '아빠'와 병원에 있는 '엄마'때문에 코너는 '내일'을 혼자 준비하는 의젓한 학생이다. 사실 의젓함이란 외부에서 보는 이미지일 뿐이다. 코너의 가정은 소위 '평범한' 가정 보다 어두운 분위기이지만 집에서 펼쳐지는 상황과 갈등을 이겨내는 코너의 모습은 썩 낯설지 않다. 


특히 병에 걸린 '엄마'의 상태가 악화될수록 코너의 마음은 복잡해지고 어린 소년은 심란한 마음을 정상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게다가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원활하지 못하는 혼란 속에서 '몬스터'가 그와 함께 한다. 코너에게 몬스터란 받아들이기도, 그렇다고 거부하기도 어려운 존재다. 하지만 코너는 힘듦 속에서도 몬스터를 피하기보다 당당하게 대화하며 그를 상대한다. 


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몬스터의 '말하는 대로'

몬스터는 코너에게 세 가지의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동화로 쉽게 넘기기에는 심오하고, 생각을 곱씹게 만든다. 몬스터가 전하는 이야기나 코너와의 대화를 살펴보면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부정적이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내용을 생각하다보면 몬스터의 존재 마저 선인지, 혹은 악인지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몬스터를 대하는 코너의 마음이 계속해서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코너의 상황이 책을 읽는 독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네가 왜 나를 불렀는지 모르는구나. 아직도 왜 내가 걸어왔는지 몰라. 내가 날마다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코너 오말리. 



진실을 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끔찍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몬스터를 부르는 것'이 아님을 말하는 코너에게 몬스터는 말한다. 몬스터는 불현듯 코너에게 찾아온 것이 아니라 '부른 것'이다. 그리고 이 몬스터는 코너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몬스터는 있다. 


인생은 늘 불안정하며 어떤 누구라도 경험한다. 그리고 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몬스터는 존재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몬스터와 끊임 없이 대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이나 환경은 중요치 않다. 그러나 그 불안정한 순간 속 '진실을 말하는 순간 어떤 일이든 감당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몬스터는 말한다. 혹시 당신이 가장 힘든 순간이 지금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현재 몬스터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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