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개봉을 앞둔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원작 소설 작가 기타가와 에미의 신작이 나왔다. 스스로 '아무튼 재미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라이트 노벨의 강자인 만큼, 이번에도 흡입력을 지닌 소설을 발표했다. 첫 번째 소설에 이어 두 번째 소설까지 이렇다면, 앞으로 기타가와 에미라는 작가가 어떻게 성장할지 무섭기까지 하다.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90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을 거쳐온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렇게 말했을까. 

나는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병원 침대 위에서 주삿바늘을 꽂은 채 대체 어떠한 생각을 할까.

안 좋은 사건으로 회사를 관둔 슈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직장이 있었을 땐 찾아가지 않았던 고향으로 간 슈지는 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를 찾아가고,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괜히 마음을 울린다. 그러던 중,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료에게 수상한 아르바이트를 추천받는다. '주식회사 히어로즈' 일을 시작했지만, 도저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평범함이 장점이라는 등 알지 못할 소리만 하는 곳은 영 못 미덥지만. 주인공 슈지는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느낀다.


'일=즐겁지 않다?'

즐거운 '일'은 세상에 존재할까? 흔히 일과 스트레스는 연결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꿈'이자 '희망'이 되고는 한다. 슈지 역시 마찬가지다. 일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영 찜찜하다. 그런 슈지를 향해 회사에선 이렇게 말한다.


"즐겁게 일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입니다. 대가는 꼭 힘든 일에만 지불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은 점점 길어지고, 행복의 가치 역시 높아진다. 그러나 당신은 그 속의 '나'는 어떤 위치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슈지는 '주식회사 히어로즈'의 업무를 하며 자신의 행복에 대해 고민한다. 주위 동료와는 달리 어떠한 특색이 없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기만 하다. 과거의 안 좋은 일이 생각나며 트라우마는 깊어진다. 


인간, 삶, 그리고 관계

관계에 상처받은 슈지는 결국 큰 사고를 친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역시 글렀다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동료는 말한다. 


"모든 사람이 누군가의 '대타'가 될 존재임과 동시에 모든 사람이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만한 감정 중 하나, '밀리는 두려움'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나'로 인해 굴러간다면 얼마나 가치 있을까. 그러나 내가 직장에서 사라지는 순간, 그 자리는 순식간에 다른 이로 인해 또다시 굴러간다. 도저히 내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고, 일에 대한 공허함은 커지기만 한다. 하지만 '주식회사 히어로즈' 직원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같은 일이라도 받아들이는 방법은 다르고, 해결하는 방법 역시 다르다. 


"인간은 항상 누군가와 엮이며 살아갑니다." (중략) "그 영향이 큰지 작은지는 별개로, 인생이란 언제나 그렇게 얽히고설킨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관계에 상처받은 슈지는 '주식회사 히어로즈'를 통해 만난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회복한다. 삶은 그렇게 얽히며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면 끝이 없다. 하지만 고민과, 그 시간의 가치는 어떤 물질적인 것보다 커다랗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직장과 인생, 그리고 관계 속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주식회사 히어로즈>는 직장생활에 지친 회사원과 관계에 상처받은 이에게 권하고 싶다. '당신 인생의 히어로는 누구입니까?' 책에 있는 문장을 통해 글을 마치고 싶다. 나의 히어로를 생각하며 인생을 되돌아보고, 당신도 누군가의 히어로가 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