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뜬 신문기사 하나 때문에 수학, 전산 계통 사람들이 다들 난리다. 그 유명하디 유명한 P vs NP 문제를 한국인 교수들이 풀었다는 내용이었다.

일반일들에게야 이 문제가 100만 달러라는 상금이 걸려 있다는 데 눈길이 가겠지만, 수학 쪽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역사상 최고의 문제를 푼 것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어쩐지 영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귀신이니 UFO니 하는 건 기자가 무식한 탓이겠지만, 이런 엄청난 결과를 올해 창간된 별볼일없는 저널에 투고한 것부터 시작해서, 학계에는 전혀 알리지 않고 언론에 부풀려서 터뜨리게 한 것까지 이상한 부분이 너무 많다.

그들의 논문을 본 사람들 가운데는 "논문 저자들이 NP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이해 못하고 있다"라고 혹평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니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더 웃기는 일은, 이번 일을 가지고 전북대가 서울대보다 낫다느니, 또 반대로 전북대같은 삼류 대학이 이런 걸 제대로 했을 리가 없다느니 하는 말들이 난무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편견 가득한 말들을 마구 내뱉는 인간들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

또, 기사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같은 한국 사람이 뭔가를 했으면 세계에 홍보를 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다짜고짜 틀린 게 분명하다고 비난을 하는가, 한국 사람은 이래서 안 된다"는 황당한 훈계를 늘어 놓는 사람도 있으니 정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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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1-0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터넷 뉴스에서 전북대 김양곤 교수님이 P vs NP 문제를 풀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와일즈가 증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한번 발표를 했다가 오류를 발견하고 다시 정정 발표한 사례가 있습니다. 어차피 여러 사람의 검증을 거쳐야 하겠지만 증명의 오류가 발견될 때 까지는 세계의 수학계가 떠들석 할 것 같은데, 비교적 조용한 것 같네요. 제가 수학계를 잘 모른 것인지, 아니면 이 발표를 세계에서 무시하는 것이지 잘 모르겠네요.

puzzlist 2004-01-0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사 내용이 이상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 대해 "자기 나라 사람이 뭔가 대단한 일을 했으면 세계에 널리 알릴 생각을 해야지"라는 식으로 황당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저 자신 수학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수학계 인물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번 일은 세.계.에. 소.문. 안. 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