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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1 -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한비야 지음 / 금토 / 1996년 6월
평점 :
절판
원래 리뷰가 많이 달린 책에는 굳이 새로운 리뷰를 달지 않는 편인데, 오늘 독일 사는 막내 고모랑 통화하다 보니 이 책 생각이 나서 노트북을 열었다.
우리 고모는 독일에 간호사로 가셨다가 독일인과 결혼하여 현재 베를린에 살고 계신다. 어렸을 때는 '꼬마 고모'라고 부르며 많이 따라다녔지만, 독일 가신 후로는 아무래도 한국에 자주 오기가 힘들어 몇 년에 한 번 겨우 뵐 수 있었다.
작년(2003년) 여름에 아내와 함께 유럽 여행을 갔다가 고모댁에 한 달 정도 머물면서, 많은 얘기를 들었다. 간호사 교육을 다 마치고도 파견이 자꾸 미루어질 때의 초조함, 독일 수간호사의 차별,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 등등 고모의 인생 역정은 안타깝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였다.
지금은 사춘기인 쌍둥이 딸들 키우느라 고생을 하셔서 주름살도 많이 생기고 흰머리도 많이 늘었지만, 젊었을 때 우리 고모는 한 미모하는 분이었다. 게다가 머리도 아주 좋아서 전교 1등은 맡아 놓고 하셨고. 그러나 가난한 집에 식구는 많아, 하고 싶은 공부도 마음대로 못하고 이것저것 한이 많이 맺히셨다고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셨던 이유로는 '반드시 이 시골을 벗어나 바깥 세상으로 나가겠다'는 인생의 목표도 있었다. 이런 분이니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머나먼 독일까지 가신 것일 테고.
한국에 돌아온 다음 고모에게 무얼 선물로 보내드리면 좋을까 하고 아내랑 상의를 하다가, 한비야의 이 책이 떠올랐다. 책읽기를 좋아하시지만 한국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터에, 여행을 좋아하는 고모에게 딱 맞겠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한비야와 우리 고모가 좀 닮기까지 했으니까. 결국 4만원 넘는 요금을 들여 중국견문록까지 시리즈 전체를 부쳐 드렸다.
오늘도 책 재미있게 보시고 있는지 여쭈었더니, 벌써 전권을 다 보고 세 번째 읽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다. 가 보지 못한 지역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집안이 좀 넉넉했더라면, 그래서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외교관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우리 고모. 이제는 평범한 독일 아줌마가 되어 버렸지만, 여전히 고모에게는 책을 통해서나마 세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하필이면 삼국지가 읽고 싶으시다니 우편 요금을 어떻게 감당한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