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바이블
존 콘웨이. 리처드 가이 지음, 이진주.황용석 옮김 / 한승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Richard Guy와 John Conway는 둘 다 일류 수학자이면서 한편으로 무지하게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두 사람이 온갖 오묘한 수학적 사실을 모아 책을 내었으니 그 내용이야 두말할 필요없이 무척 재미있다. 단, 이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적어도 대학 1학년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다. 특히 정수론과 집합론을 들었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정도로 깊이있게 보지않고 그냥 읽어보는 정도로도 꽤 재미있기는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원서로 처음 보았는데, 편집의 문제인지 번역판은 왠지 썰렁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간간이 보이는 오역이다. 우선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든다. '수의 바이블'이라니? 이 책에도 실려 있는 Conway의 surreal number는 Knuth에 의해 성경의 창세기 형식을 빌어 소설로 발표되었으니 Knuth의 책에 '수의 바이블'이란 제목을 붙인다면 모르겠으나, 이 책에 '바이블'이 붙는 것은 어쩐지 어색하다.

다음으로 surreal number를 '초실수'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 확립된 명칭은 아니지만 nonstandard analysis의 hyperreal number를 보통 '초실수'라고 부르니까 말이다. 쉬르레알리즘(surrealisme)이 '초현실주의'니까 이것을 본따 차라리 '초현실수'라고 하는 것이 어땠을까?

그렇지만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황당했던 오역은 '아인슈타인 수'였다. '가우스의 제자격인 아인슈타인'이라는 구절까지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가우스의 제자였던 '아이젠슈타인(Eisenstein)'의 오역이다. 역자 두 사람이 모두 수학을 전공하였는데, 어떻게 이 유명한 이름을 아인슈타인으로 잘못 옮겼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책의 번역판이 나온 걸 보고 꽤 기대가 컸는데, 책의 만듦새에는 실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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