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만든 15인의 과학자
데이스 샤샤 외 / 세종연구원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면 '컴퓨터를 만든 과학자들'에 대한 책이지만, 정확하게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만든 15인의 과학자들'이라고 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원제에 나오는 'computer scientists'를 무시하고 '컴퓨터를 만든 ...' 식으로 번역해 놓으니, ENIAC이나 EDVAC 같은 하드웨어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책으로 오해하기 딱 좋아 보인다.

우선, 내용은 참으로 재미있다. 전산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수학이 안 쓰일 수는 없지만, 수학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도록 잘 쓰여 있다.

특히, 이 분야의 '영웅들'이 무슨 일을 하였고, 전산학의 역사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줘서 대단히 흥미로웠다.

그런데 이 책의 심각한 문제는 다름 아닌 번역에 있다. 전문 번역가의 번역이라는데도, 제목부터 시작해 심각하다 못해 황당한 번역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가장 황당했던 번역은, 도널드 크누스의 일화에서 그의 논문 제목인 'Finite Semifields and Projective Planes'를 '한정된 준 전투지역과 사영 비행기들'이라고 한 것이었다. (pp.142-143) 수학이 아닌 군사학 관련 논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이상 이런 기네스북 감인 번역이 어떻게 나왔을까 싶다.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혹시 번역기에 돌린 게 아니겠느냐고 하던데, 이 책에는 진짜로 번역기에 돌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상한 번역이 몇 군데 보였다.

너무나 재미있는 이 책이 이런 이상한 번역으로 망쳐지는 걸 보니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제대로 된 번역으로 다시 한번 이 책을 보고 싶은 마음에, 오래 전에 읽은 책이지만 리뷰를 써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