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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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이별이마음에들어 #김하율작가 #수림문학상 #소설추천 #책추천

공기가 탁하다.
좁은 자리에 따개비들 마냥 다닥다닥 붙어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옷을 만들다 보니
여기저기 먼지가 수북한 탓이다.
환기는 사치다.
그 시간에 미싱기에 발이라도 한 번 더 굴려야지.

나는 왜 여기 있을까?
왜 지구라는 별에,
그 중에도 1978년 서울 청계천의 의류 공장에 떨어졌을까?

이야기의 주인공 니나는 외계인이다.
지구에서 1광년 떨어진 우르알어아이오해라는 행성에서 왔다.
본래 이름은 호리하이코키야인데
한국에서 이 이름을 쓸 수 없으니
니나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작업을 수행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이곳으로 날아와 떨어졌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본국에서 자신을 찾으러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눈에 띄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다행히 니나의 종족은 생존력이 뛰어나고
형체를 변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외모, 지능, 성격의 평균값을 맞춰 지구인의 모습을 갖추었다.
개개인의 이름도, 존재도, 개성도 중요치 않았던 시절이라
니나는 얼결에 공장에 잘 녹아든다.
물론 효율성을 최고로 중시하는 뇌구조이기에
초반에는 먹지도 자지도 않는다거나
인간들의 감정적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지구에 적응하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들은 독자의 즐거움이므로 줄거리 설명은 여기까지.

내가 살아보지 않은 년도와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사회이지만
작가의 묘사가 세세해서 몰입이 쉬웠다.
쉬운 문장으로 씌여졌지만
몇몇 부분들은 그 문장이 담고 있는 당시 시대상이 너무 묵직해서 종종 눈을 멈추어야 할 정도로
메시지성도 높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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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공포
이종산.정보라.허진희 지음 / 스프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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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태양공포 #이종산 #정보라 #허진희 #스프링
#호러 #공포 #호러소설 #공포소설 #장르소설

연일 무더운 여름날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더위에 지쳐 헉헉대다 보면
어릴 때 보던 '전설의 고향'이나 '토요 미스터리 극장' 같은
시원한 공포물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태어나길 졸보로 태어난 나는 잠깐의 쾌락 이후,
뇌리에 깊이 새겨진 잔상 때문에 오랜 날을 뒤척이며 괴로워했더랬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후에는
활자를 통해 그들을 만나는 것으로 노선을 조금 바꾸었다.
잠시 손놓고 살았던 으스스 한 이야기를 다시 손에 쥐기에 완벽한 시기다.

스프링 출판사에서 나온 <태양 공포>는
이종산, 정보라, 허진희 작가님의 단편집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최근에 정보라 작가님 북토크를 다녀온 뒤라
더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이종산 작가님의 '태양 공포'는 흡혈귀 아빠와 인간 엄마를 둔 주인공 주현의 이야기다.
어느 날 태양을 숭배하는 이들에게 무참히 제거당한 부모님을 발견하고
살아남기 위해 부랴부랴 길을 떠나게 되는데
단편이라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없었다는 게 아쉽다.
나중에라도 후속작이나 프리퀄이 나오다면 좋겠다.

정보라 작가님의 '탈출기'는 무술을 하던 여자 운동선수가 사이버 불링을 시작으로
불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억지로 투약당한 마약으로 인해 피해자에서 피의자가 되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환각 같은 이야기에 대해 서술하는 작품이다.
북토크에서 실제로 여성 문제, 동성애 문제 등 약자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피해 사실에 대해 조명하기 보다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던 작가님 말이 내내 떠올랐다.

허진희 작가님의 '피터와 모'가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였는데
완벽한 가정을 꿈꾸던 엄마와 아빠에게 입양되었다가
동생이 태어나면서 입지가 애매해진 여자의 이야기다.
오랜 시간이 흘러 병환이 깊어진 어머니 집으로 돌아온 여자는
어릴 때 같이 지냈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만들어 낸 캐릭터 '피터와 모'를 떠올린다.
그녀는 희곡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집필된 희곡과 서술되는 그녀의 인생이 느슨하게 교차되며
이 가족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 서서히 드러난다.
가시적인 악의 형태는 없지만
어깨 위의 검은 덩어리로 묘사되는 감정에 대한 묘사가 인상 깊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용서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도 괜히 후련했다.

106p 피터와 모 中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탯줄을 자르는 동시에 외로움을 두르는 것.
그것은 인간 되기의 필요조건이다.
당신은 외로움을 길들이거나 극복하기 위해 거의 전 생애에 걸쳐 노력한다.
이는 존재의 마땅한 과업이므로.

그런데 여기 조금 다른 경우가 있다.
바로 극히 드문 어떤 종류의 외로움이 당신을 숙주로 삼는 경우다.
이 경우는 조금 난처하다.
당신은 외로움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마침내 외로움이 당신을 탐하지 않게 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즉 에너지원으로서의 쓸모가 깡그리 사라지는 순간까지
외로움을 만족시키기 위해 충성한다.

여름은 이제 시작이니 여전히 더운 날이 많이 남아 있다.
호러라는 얼음이 뿜어내는 서늘한 냉기가 그립다면,
냉기를 한 번 체험하고 싶다면
슬그머니 이 책을 당신에게 내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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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하는 청년들 - ‘풍요로운 고립의 시대’에 홀로 남겨진 이들에 관하여
강지윤.양민희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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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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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청년 #은둔청년 #고립은둔청년 #고립 #고독사
#쓰레기집 #청년빈곤 #쉬었음청년 #은둔중년
#고립사회 #르포

'히키코모리'라는 이국의 낯선 단어가
어느 순간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등장했고,
이제는 '은둔청년', '고립청년', '고립은둔청년'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멀지 않는 곳에서 '고독사', '청년빈곤', '쉬었음청년'이라는 표현들도
사용 빈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아프게 실감한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까지 병들어버린 걸까?
내 머릿속에서 점점 짙어지며 몸집을 키워가던 의문의 먹구름 앞에
이 책이 도착했다.

<은둔하는 청년들>.

노컷뉴스에서 근무하는 강지윤, 양민희 기자가 쓴
<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 기획기사를 바탕으로
이 책은 세상에 태어났다.

오랜 시간에 거쳐 다양한 은둔 청년들을 만나 다양한 사연을 듣고
국내 1세대 유품정리사 김새별 대표님,
특수청소업체에서 일하는 김영총 다큐멘터리 감독님 등
해당 이슈와 관련된 활동가분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더불어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님, 사회학자 오찬호 선생님,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이현정 교수님과 같이
이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균형 있게 담겨 있다.

이런 류의 책은 어려워서 읽어내기 힘들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알기 쉬운 문장으로 이해도 쉽고
가독성도 좋아서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물론 테마 자체는 무겁지만.

나도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그 상태가 틀어박힌 한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너무 게으르거나, 너무 유약하거나 하는.

하지만 현시점에서의 고립은둔청년들의 상황은
한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코로나라는 몹쓸 전염병을 겪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느슨해졌고
아주 어릴 때부터 지나친 경쟁을 과도하게 주입당하며
절대 실패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 속에 살아왔다.
취업을 앞두고는 경기 침체로 계약직 등의 불안정한 형태로 일하거나
해서 공무원 시험으로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
또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상시 채용의 추세로
아예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등의 압박으로 청년 빈곤은 심화되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은둔청년 문제는 단순히 청년대에서 끝나지 않고
은둔중년이나 노인 고독사까지 이어질 수 있고
절대 가볍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서로가 서로를 도와가며 같이 굴러가며 살게 된다.
고립되어 버린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같이 살아갈 수 있게
사회적 측면에서도 제도를 정비하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당신도 나도 누구나 고립될 수 있다.
부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들어가며 / 우리는 모두 고립의 위기를 품고 있다 中
7p
고립은 '됐다'고 하면서, 은둔은 왜 '했다'고 표현할까.
수동태와 능동태의 시차 속에서 나는 그가 왜 방 안에 있어야만 했는지,
그것이 그의 의지였던 것인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싶었다.
8-9p
고립과 은둔은 특수한 시기의 특수한 개인의 낙오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거대한 경향이자 재난이 되었다.
(중략)
보건복지부에 딸면 고립은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정서적 물리적 단절 상태를 의미한다.
청년들을 인터뷰하며, 이들이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가혹한 경쟁 사회를 살아내느라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삶의 면면에 효율이라는 잣대를 들이밀다 보니 인간관계가 사치재가 된 것이다.
10p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고립의 위기를 품고 사는 예비 고립자일지도 모른다.

1부 '절정 상태'의 청년들 고독 사각지대에 갇히다
세상을 떠난 청년의 방
15-16p
그의 옆에는 이력서 150여 장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방에는 정장을 갖춰 입고 찍은 증명사진도 여러 장 발견됐다.

"포기하지 말고 버티라"는 공허한 위로
19p
김새별 대표는 청년들의 고독사에는 항상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대부분 경제적 빈곤과 마음의 상처였다.
(중략)
그러나 고독사하는 원인은 대부분 빈곤이에요.
가령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서요.
특히 졸업 후에 자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취업에 대한 본인과 주변의 기재치가 높은데, 맞출 수가 없는 거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 일이 적성에 맞는지도 막막하고,
일이 적성에 맞는다 해도 인간관계 문제가 생길 때도 많고...
그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데 해소할 방법이 없으니
죽음과 가까워지는 경우도 많아 보여요.

쓰레기와 동거하는 청년들
청년들은 어떻게 자기 돌봄을 포기하는가
청년들의 쓰레기집은 '자기 학대'다
42p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아 연구위원이 지적하듯
결국 청년들의 쓰레기집은 "자기 방임 혹은 자기 학대의 또 다른 방식"에 가깝다.
열악한 주거 환경을 방치함으로써 스스로를 벌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수영 교수는 트라우마, 우울, 번아웃 등으로
쓰레기를 치우지 못하는 현상보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일 때까지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쓰레기집 속 청년들은 쓰레기를 방치한 것일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로부터도 방치된 것이다.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고립을 선택하다
연결되기 위해 고립되는 역설적인 사회
63p
청년들이 학업, 취업 등을 이루는 이행기에서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하는,
마치 생애의 한 주기로서 고립이 자연스러워진 사회라면
고립은둔청년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뒤늦은 대처다.
고립은둔청년을 '문제'라고 말하면서 이행기의 고립을
당연하게 여기는 기괴한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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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하루
김영글.안희제.정우열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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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반려인의하루 #김영글 #안희제 #정우열 #을유문화사

아주 어릴 때, 생명들에게 유독 마음이 약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집에서 몇 번 강아지를 키웠던 기억이 있다.
어린 나와 동생들은 꼬물꼬물 움직이는 꼬순내가 나는 그 아이를,
우리만 보면 뒷발로 사람처럼 일어서 앞발을 공중에서 휘이휘이 젓던
기다란 털북숭이 생명체를 사랑했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것은 먹고, 자고, 싸는 행위를 동반한다.
어린 우리가 직접적으로 강아지들의 케어에 관여한 부분은 없었을 것이다.
부친의 잦은 부재로 인해 모친이 아이들의 밥을 챙기고 똥을 치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니 개집이 텅 비어 있었다.
유치원생이었나, 국민학교 저학년이었나.
뽀삐가 사라졌다고 숨이 넘어가게 울며 좁은 골목길을 뛰어다녔던 기억.
엄마는 그때 뭐라고 설명했더라?

이후에도 그렇게 몇 마리의 강아지가 우리 집을 스쳐갔고
나는 여전히 그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한다.
강아지를 집에 들인 것이 내 선택이 아니었다는 변명으로
충분히 아이들의 케어가 가능했던 시기에도 아이들을 방치했다.
이 글을 쓰고 있자니 그 아이들의 새까맣던 눈동자가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

한 생명이 한 생명과 함께 한다는 일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단단히 각오를 했더라고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단순히 반려동물, 반려 식물을 들이는 행위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세상의 많은 것들과 반려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이 책에서 세 분의 저자가 그 부분을 짚어주셔서 자주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다양한 사람에게 이 이야기가 닿고
인간의 자만으로 더 이상의 잘못은 저지르지 않으며
공존하는 세상으로 더 나아가길 빈다.

21~22p 오전의 고양이
이름을 지어 준다는 것은 누군가를 세상의 일부로 승인하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대상과 나를 연결하는 마음의 동아줄을 더 단단히 쥐는 일이다.
(중략)
누군가에게 이름을 준다는 것은 계속해서 말을 걸기로 하겠다는 의미이다.
이 세상에 같이 있겠노라는 약속이다.
문득 전에 없던 묵직함을 안고서 고양이들의 이름을 불러 본다.

119p 오후의 식물
손에 물과 흙을 묻히며 매일 식물들을 들여다보다 보니,
거리의 나무들도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집 근처에는 내가 항상 한 번씩 상태를 살피는 나무가 몇 그루 있다.
어느 날, 그중 한 나무의 가지가 모두 잘려 있었고,
그다음에는 밑동만 남아 있었고, 이제는 밑동마저 다른 풀들로 가려져 버렸다.
(중략)
나는 가로수를 '동네 나무'라고 부르고 싶다.
동네에 사는 나무도 동네 사람들이 함께 책임져야 할 '반려의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쁘게 다듬어진 식물 말고도, 우리가 누비는 거리의 '미관'을 위해
마구잡이로 잘려 가며 빛 소음 매연 공해에 시달리는 동네 나무들도 우리와 언제나 함께해 왔다.
이렇게 반려 식물의 개념을 확장하면, 우리는 집 안을 넘어
거리의 흙과 그곳의 벌레들, 나무들이 마주하는 공해와 폭력적인 가지치기라는
더 넓은 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중략)
이렇게 다양한 존재들과 연결되면서 나는 고작 한 손바닥만 한 작은 생명과 함께하는 일도
내가 살아가는 생태계 전체에 관련된 꽤 많은 책임을 수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237p 저녁의 강아지 중
사람이 죽음을 맞으면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을 나와
반겨 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꽤 위로가 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중략)
나는 어쩐지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사람이 전 생애 동안 몇 마리의 (반려)동물을 보살피고
그들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주었든,
그러는 동안 아마도 그 몇백 배, 몇천 배 이상의 동물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잡아먹고, 잡아먹기 위해 고통스럽게 키우고,
그러다 수틀리면 구덩이를 파서 포클레인으로 밀어 넣고,
그래도 어떻게든 먹겠다고 또 키운다.
바다는 이난의 잠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낸 쓰레기로 가득해서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뱃속에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을 가득 담은 채 죽어 간다.
만약 우리에게 무지개다리 건너에서 꿈에도 그리던 반려동물과 재회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전에 마땅히 우리가 도륙 한 수많은 동물을 먼저 만나 빚부터 청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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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
사쿠라이 치히메 지음, 김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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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내가최애를죽이기까지 #사쿠라이치히메 #팬심 #스릴러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런 결말을 기대한 적은 없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을까?
후회해도 소용없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나는 최애를 죽였다.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세 인물의 시점을 통해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짜여 있다.

첫 번째 화자는 인기 아이돌 그룹 '백 투 더 나우(이하 백 나우)'의 멤버 이사미를
열렬히 사랑하는 평범한 여고생 하나코.
두 번째 화자는 하나코와 같은 반이자 총과 사냥을 좋아하는 남학생 요후네.
세 번째 화자는 하나코의 선망의 대상인 아이돌 멤버 이사미다.

하나코는 반에서도 늘 조용히 덕질에만 빠져 있던 아이였는데
자신처럼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조용히 지내던 요후네와
백 나우의 이사미를 좋아하는 공통 관심사로 급격히 가깝게 지내게 된다.
요후네는 사실 아이돌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하나코와 친해지기 위해
특기인 컴퓨터 기술을 살려 정보를 얻고 덕질 메이트를 가장해 그녀 곁에 머문다.

크게 접점이 없을 것 같은데 세 사람의 이후가 끈적하게 겹쳐지며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난장판이 된다.

130p
"나 있지. 진심으로 이사미의 신부가 되고 싶거든.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서 그 꿈을 누군가에게 빼앗기느니 차라리 그전에
이사미를 죽이고 싶어. 이상해?"

기억하는 인생 내내 누군가를 덕질하고 있었던 덕후 동지로서
하나코의 마음이 상당 부분이 공감이 가서 술술 읽혔다.
나를 바라보지 않는 사람을 짝사랑하는 요후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마냥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이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주요 화자 이외에도 같은 백 나우의 멤버들 이야기와
주인공들이 끌어안고 있는 다른 문제들도 있어서
단순히 최애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생각거리들도 만날 수 있었다.

유쾌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에
끈적하고 서늘한 스릴러 한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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