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태양공포 #이종산 #정보라 #허진희 #스프링#호러 #공포 #호러소설 #공포소설 #장르소설연일 무더운 여름날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더위에 지쳐 헉헉대다 보면어릴 때 보던 '전설의 고향'이나 '토요 미스터리 극장' 같은시원한 공포물 생각이 떠오른다.하지만 태어나길 졸보로 태어난 나는 잠깐의 쾌락 이후, 뇌리에 깊이 새겨진 잔상 때문에 오랜 날을 뒤척이며 괴로워했더랬다.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후에는활자를 통해 그들을 만나는 것으로 노선을 조금 바꾸었다.잠시 손놓고 살았던 으스스 한 이야기를 다시 손에 쥐기에 완벽한 시기다.스프링 출판사에서 나온 <태양 공포>는이종산, 정보라, 허진희 작가님의 단편집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최근에 정보라 작가님 북토크를 다녀온 뒤라더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이종산 작가님의 '태양 공포'는 흡혈귀 아빠와 인간 엄마를 둔 주인공 주현의 이야기다.어느 날 태양을 숭배하는 이들에게 무참히 제거당한 부모님을 발견하고살아남기 위해 부랴부랴 길을 떠나게 되는데단편이라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없었다는 게 아쉽다.나중에라도 후속작이나 프리퀄이 나오다면 좋겠다. 정보라 작가님의 '탈출기'는 무술을 하던 여자 운동선수가 사이버 불링을 시작으로불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억지로 투약당한 마약으로 인해 피해자에서 피의자가 되고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환각 같은 이야기에 대해 서술하는 작품이다.북토크에서 실제로 여성 문제, 동성애 문제 등 약자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그들의 피해 사실에 대해 조명하기 보다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던 작가님 말이 내내 떠올랐다.허진희 작가님의 '피터와 모'가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였는데완벽한 가정을 꿈꾸던 엄마와 아빠에게 입양되었다가동생이 태어나면서 입지가 애매해진 여자의 이야기다.오랜 시간이 흘러 병환이 깊어진 어머니 집으로 돌아온 여자는어릴 때 같이 지냈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만들어 낸 캐릭터 '피터와 모'를 떠올린다.그녀는 희곡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집필된 희곡과 서술되는 그녀의 인생이 느슨하게 교차되며이 가족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 서서히 드러난다.가시적인 악의 형태는 없지만어깨 위의 검은 덩어리로 묘사되는 감정에 대한 묘사가 인상 깊었다.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용서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도 괜히 후련했다. 106p 피터와 모 中하지만 어쩔 수 없다.탯줄을 자르는 동시에 외로움을 두르는 것.그것은 인간 되기의 필요조건이다.당신은 외로움을 길들이거나 극복하기 위해 거의 전 생애에 걸쳐 노력한다. 이는 존재의 마땅한 과업이므로.그런데 여기 조금 다른 경우가 있다.바로 극히 드문 어떤 종류의 외로움이 당신을 숙주로 삼는 경우다.이 경우는 조금 난처하다.당신은 외로움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마침내 외로움이 당신을 탐하지 않게 되는 마지막 순간까지,즉 에너지원으로서의 쓸모가 깡그리 사라지는 순간까지외로움을 만족시키기 위해 충성한다. 여름은 이제 시작이니 여전히 더운 날이 많이 남아 있다.호러라는 얼음이 뿜어내는 서늘한 냉기가 그립다면,냉기를 한 번 체험하고 싶다면슬그머니 이 책을 당신에게 내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