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의 하루
김영글.안희제.정우열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
#반려인의하루 #김영글 #안희제 #정우열 #을유문화사

아주 어릴 때, 생명들에게 유독 마음이 약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집에서 몇 번 강아지를 키웠던 기억이 있다.
어린 나와 동생들은 꼬물꼬물 움직이는 꼬순내가 나는 그 아이를,
우리만 보면 뒷발로 사람처럼 일어서 앞발을 공중에서 휘이휘이 젓던
기다란 털북숭이 생명체를 사랑했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것은 먹고, 자고, 싸는 행위를 동반한다.
어린 우리가 직접적으로 강아지들의 케어에 관여한 부분은 없었을 것이다.
부친의 잦은 부재로 인해 모친이 아이들의 밥을 챙기고 똥을 치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니 개집이 텅 비어 있었다.
유치원생이었나, 국민학교 저학년이었나.
뽀삐가 사라졌다고 숨이 넘어가게 울며 좁은 골목길을 뛰어다녔던 기억.
엄마는 그때 뭐라고 설명했더라?

이후에도 그렇게 몇 마리의 강아지가 우리 집을 스쳐갔고
나는 여전히 그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한다.
강아지를 집에 들인 것이 내 선택이 아니었다는 변명으로
충분히 아이들의 케어가 가능했던 시기에도 아이들을 방치했다.
이 글을 쓰고 있자니 그 아이들의 새까맣던 눈동자가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

한 생명이 한 생명과 함께 한다는 일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단단히 각오를 했더라고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단순히 반려동물, 반려 식물을 들이는 행위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세상의 많은 것들과 반려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이 책에서 세 분의 저자가 그 부분을 짚어주셔서 자주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다양한 사람에게 이 이야기가 닿고
인간의 자만으로 더 이상의 잘못은 저지르지 않으며
공존하는 세상으로 더 나아가길 빈다.

21~22p 오전의 고양이
이름을 지어 준다는 것은 누군가를 세상의 일부로 승인하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대상과 나를 연결하는 마음의 동아줄을 더 단단히 쥐는 일이다.
(중략)
누군가에게 이름을 준다는 것은 계속해서 말을 걸기로 하겠다는 의미이다.
이 세상에 같이 있겠노라는 약속이다.
문득 전에 없던 묵직함을 안고서 고양이들의 이름을 불러 본다.

119p 오후의 식물
손에 물과 흙을 묻히며 매일 식물들을 들여다보다 보니,
거리의 나무들도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집 근처에는 내가 항상 한 번씩 상태를 살피는 나무가 몇 그루 있다.
어느 날, 그중 한 나무의 가지가 모두 잘려 있었고,
그다음에는 밑동만 남아 있었고, 이제는 밑동마저 다른 풀들로 가려져 버렸다.
(중략)
나는 가로수를 '동네 나무'라고 부르고 싶다.
동네에 사는 나무도 동네 사람들이 함께 책임져야 할 '반려의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쁘게 다듬어진 식물 말고도, 우리가 누비는 거리의 '미관'을 위해
마구잡이로 잘려 가며 빛 소음 매연 공해에 시달리는 동네 나무들도 우리와 언제나 함께해 왔다.
이렇게 반려 식물의 개념을 확장하면, 우리는 집 안을 넘어
거리의 흙과 그곳의 벌레들, 나무들이 마주하는 공해와 폭력적인 가지치기라는
더 넓은 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중략)
이렇게 다양한 존재들과 연결되면서 나는 고작 한 손바닥만 한 작은 생명과 함께하는 일도
내가 살아가는 생태계 전체에 관련된 꽤 많은 책임을 수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237p 저녁의 강아지 중
사람이 죽음을 맞으면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을 나와
반겨 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꽤 위로가 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중략)
나는 어쩐지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사람이 전 생애 동안 몇 마리의 (반려)동물을 보살피고
그들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주었든,
그러는 동안 아마도 그 몇백 배, 몇천 배 이상의 동물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잡아먹고, 잡아먹기 위해 고통스럽게 키우고,
그러다 수틀리면 구덩이를 파서 포클레인으로 밀어 넣고,
그래도 어떻게든 먹겠다고 또 키운다.
바다는 이난의 잠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낸 쓰레기로 가득해서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뱃속에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을 가득 담은 채 죽어 간다.
만약 우리에게 무지개다리 건너에서 꿈에도 그리던 반려동물과 재회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전에 마땅히 우리가 도륙 한 수많은 동물을 먼저 만나 빚부터 청산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