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을 잡은 여우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0
진진 지음, 황보경 옮김 / 보림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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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동화책도 교훈적인 느낌이 전달되면 재미는 반감된다. 그런 점에서 우화는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줄 수 있는 매우 좋은 문학적 장치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동물들이 지적하고 훈계할 때도 거부감없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우화 속에 담긴 위트 때문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동물들의 입을 빌려서 돌려 말하면, 한결 부드럽고 거부감도 덜하다.

 

 

'사냥꾼을 잡은 여우'는 우화적 성격이 강한 단편 동화집이다. 8편의 이야기에 인간이 더러 등장하지만, 주된 이야기는 동물들이 이끈다.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덩치 큰 동물들은 나타나지 않고 오리나 잉어, 수탉과 여우, 양과 돼지, 늑대와 까치등 작고 고만고만한 동물들만 등장하는 걸 보면평범하고 어중간한 우리들의 삶을 말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작가 진진은 각 동물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 재미있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각 이야기들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기의 아름다움이나 겸손하지 않았을 때 당하게 되는 부끄러움, 교활하게 남을 속였을 때 당장은 수지맞은 듯하나 결국엔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결말을 통해 사람사는 도리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이런 교훈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여러 동물들의 캐릭터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글을 읽다보면 기고만장한 모습에 기가 차서 웃고, 교활하기 짝이 없음에도 얄밉지 않은 모습에 웃고, 하도 능청 맞아서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좋은 동화는 누군가의 개입 없이도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이야기를 통해 깨닫게 한다.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야기를 통해 이미 자신들이 가져가야 할 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인다. 동화를 통해 동물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교감할 때, 아이들은 현실과 상상의 거리를 자연스레 좁히게 된다.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며 동물들을 통해 자신을 객체화할 수 있을 때 아이들의 생각은 보다 유연해진다. 우화의 긴 생명력이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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