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기둥 - 갈대상자 그 이후
김영애 지음 / 두란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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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이렇게 빠르던가. 김영애 권사의 전작 '갈대상자'가 나왔던 때가 10년 전이니 말이다. 당시 갓 결혼한 새댁이었던 나는 이제 초등학생의 엄마가 되었고 당시 한동대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하던 김영애 권사는, 지난 2월 이십년 가까운 한동대 사역을 마무리한 김영길 총장과 함께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있다. 광야와 같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승리의 찬가를 전하던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한동대의 이야기를 '구름기둥' 속에 담고서 말이다.  

 

2004년 김영애 권사의 '갈대상자'를 읽고난 후 쉽게 책을 덮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있다. 한동대의 활약상에 대해선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운 과정을 거쳤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기에 부끄러움과 감동의 양가 감정 사이에서 꽤 곤혹스러웠다.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며 최전방에 나선 사람에게 어찌 이리 무심할 수 있었나 싶어 부끄러웠고, 그러나 그보다 감격이 더 컸기에 감사의 말이 절로 나왔다. 그 후로도 두어번 더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여전히 같은 곳에서 눈물이 났다. 아무리 좋은 책도 두번 읽기 쉽잖은데 이 책은 읽을 때마다 벅찬 감동을 주었다.

 

전작이 김영길 총장의 구속으로 시작됐다면 이번엔 총장의 고별사로 시작되었다. 고별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한동대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김영길 총장, 그 분이 안계신 한동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허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한동대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들과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기적같은 일들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이어졌다.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의 총량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확인이라도 하듯, 총장 내외를 향한 하나님의 훈련은 호되었다. 재정이 약한 학교의 총장으로서 하루도 돈 걱정을 안 할 날이 없는 나날들은 읽는 내게도 무겁게 다가왔다.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으면 잠시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책은 온통 위기 가운데서 이끄시는 하나님,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며 당신의 뜻을 이루시는 하나님, 한동대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말하고 있었다. 위기 속에서 구해내 한숨 돌리게 하시는 해결사로서의 하나님이 아니라, 그분이 허락하시는 삶의 현장과 그 속에 숨어있는 섭리, 그리고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 자세와 행동까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님에 대한 얕은 이해와 저급한 해석이 적잖이 존재하는 우리네 현실 속에서, 깊은 이해로 이끄는 이야기들은 묵직했고 고통과 고난을 달리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고 있었다.

 

' 제 기도와 하나님의 응답은 언제나 다른 것처럼 보였습니다.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했을 때, 예수님은 당신이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학교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5천 명을 먹이고도 남았던 보리떡을 달라고 기도했을 때, 예수님은 당신이 '생명의 떡'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주님의 일로 이런 고초를 겪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으니, "주님 어떻게 좀 해 보세요" 라고 졸랐을 때, 하나님은 "두려워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 (창. 15:1) 라고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딸아! 그런 것들보다 너는 먼저 나만 바라보아라! 하시는 뜻이었습니다.'

 

에필로그 p. 352

 

우리의 속물적 근성은 무엇이 자신에게 좋은지도 모른채 즉각적 응답만을 기대한다. 그래서 기대와 다를 때 하나님께 원망을 돌리거나 불평과 불만을 토한다. 그러나 기도와 응답의 거리가 멀게 느껴질지더라도 광야와 같은 인생 길에서 좌절하지 말고 소망을 갖고 살라고, 고통은 종착지가 아닌 과정이라며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위로한다. 또한 광야만이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라며 우리를 자연스레 이끈다.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 광야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를 친히 그곳으로 이끄시며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보호하시는 것이다.

 

지난 2월 4일 김영길 총장은 이임식을 마친 후 서운함 보다는 앞으로의 인생이 더 설레이고 기대가 된다고 했다. 한동대를 사랑하는 마음도 여전할 것이고, 아쉬움도 있겠지만 그는 홀가분해 보였다. 김영길 전임 총장과 김영애 권사를 향하신 하나님의 새로운 계획이 궁금하다. 이들 부부의 모습이야말로 머잖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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