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글.그림 / 보림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시대의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지 못합니다. 장소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시간이 없어서지요. 아이들끼리는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데, 요즘 아이들은 같이 있기조차 힘이 듭니다. 일정이 꽉 짜여있기 때문이지요. 빡빡한 스케쥴은 아이들이 마음 편히 쉴 시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를 엄마의 극성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은, 이 시대가 배워야 할 것과 익혀야 할 것을 많이 요구하고 있어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들에 마음 속엔 늘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놀이터가 없어도, 거창한 놀이기구가 없어도, 아이들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웃음꽃을 피우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이혜리가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아파트 촌의 달 밝은 어느 밤, 한 아이가 휘영청 둥근 달을 보다 북청사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사자는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를 태우고는 친구들을 찾아갑니다. 기다렸다는 듯 아이들은 밖으로 나오고, 있는 힘을 다해 놉니다. 머리를 흔들고, 두 발을 구르며, 펄쩍펄쩍 뛰어 놉니다.

 

 

 

 

아이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줄 알았다면 진작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줄 걸 그랬습니다. 너희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아려옵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니 보는 사람도 이렇게 좋은데 말입니다. 아이들은 신명나게 놉니다. 하늘 끝까지 다다를 듯 그렇게 즐겁게 놉니다.

 

 

 

 

하늘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어른들의 잔소리에서 해방되고, 공부의 부담에서도 벗어나 마음껏 놉니다. 언제 이렇게 놀아본 적이 있었을까요? 그런데 정말 희안한 일이 생깁니다. 마음껏 놀았는지 아이들과 북청사자는 보이지 않고, 달을 쳐다보던 아이의 얼굴은 무척이나 평온해보입니다.

 

 

 

그림책을 보고 속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은 처음입니다.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었나 봅니다. 노는걸 보기만해도 이렇게 기분이 좋고 시원해지는군요. 앞으로는 공부하라는 말보다 같이 놀까라는 말을 자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좀 더 이해해주고 좀 더 믿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이도 기쁘게 놀고 자신이 해야할 걸 알아서 하지 않을까요? 주제의식이 강한 동화도 좋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동화를 만나는 기쁨도 상당하군요.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줘서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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