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해리는 아무도 못 말려 동화는 내 친구 5
수지 클라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프랭크 렘키에비치 그림 / 논장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작년 봄, 집에서 아이들 모임을 매주마다 가진 적이 있다. 딸 아이의 유치원 친구들과 그 동생들로 짜여진 모임으로 초등학교 1학년 짜리 남자 아이 둘, 여자 아이 다섯, 5살 짜리 남자 아이 셋이 참여했다. 엄마들은 안다. 결코 쉬운 모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파위에서 팡팡 뛰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게 내겐 마치 휭휭 날라다니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끌벅적 아수라장에 어떻게 할 수 없어 쩔쩔 매다 선생님만 오시면 해방됐다는 생각에 비로소 한숨을 쉬곤했다. 딸아이 혼자 키우던 내게는 정말 아찔한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참 희안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데도 어린 녀석들이 한번 씨익 웃어주면 마음 고생이 스르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래서 모임을 지속했는지도 모른다. 사람 정신을 쏙 빼놓고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듯,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씨익 웃어줄 때, 그 매력에 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개구쟁이의 매력을 수지 클라인은 유쾌하게 표현해 놓았다. 때론 사람을 지치게도, 난처하게도 하지만 남을 힘들게 하는 걸 즐겨서가 아니라 이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과 보는 시각이 달라서임을 수지 클라인은 보여주었다.

 

 

 

 

해리는 대단한 개구쟁이다. 어찌나 장난이 심한지 아무도 당할 수가 없다. 해리한테 뱀은 단지 애완동물일 뿐이다. 해리의 장난에 송이는 경기가 날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리한테 되갚아줬다가는 큰일 난다. 시드니처럼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그런데도 해리의 장난이 상처가 되지 않는 건 해리가 친구를 괴롭히기 위해 장난을 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해리는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일을 벌이는 거다. 단지 친구들이 무척 놀라서 탈이지. 그런 해리의 단짝은 이 책의 화자인 더그다.

 

 

해리는 상상력도 풍부하다. 선생님이 추수감사절 연극을 해야한다고 했을 때 해리는 죽은 생선 역을 하겠다고 했다. 드디어 첫 연습 날이다. 하지만 왠일인지 청교도 역을 맡은 송이가 몸이 안좋다며 조퇴를 했다. 다들 송이가 집에 간 이유를 알고 있다. 겁이 많은 송이는 몇 마디 말 조차도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없었던 거다. 해리의 기분이 왠지 안좋아 보인다. 연습이 끝난 후 더그네 집 간 해리는 송이네 집에 전화를 걸어 송이 엄마와 통화를 한다. 다음 날 송이는 해리와 함께 죽은 생선역을 행복하게 했다.

 

 

 

아무래도 해리는 송이바라기인가 보다. 야외 수업에서 반드시 더그와 짝이 되겠다고 맹세까지 해놓고선 당일 아침 송이의 짝이 된다. 송이가 짝이 없다는 구차한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짝이 되자고 한다. 송이가 다른 여자 아이들하고만 이야기를 한다며 말이다. 마음이 상한 더그는 단번에 거절하고 시드니와 같이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더그의 샌드위치에 벌이 와 앉았고, 무서워 떠는 더그를 위해 해리는 벌을 잡다 쏘이고 만다. 버스 안에서 해리와 더그는 화해를 하고 더그는 속으로 말한다. '해리가 항상 끔찍한 개구쟁이는 아니라고, 단지 가끔 그럴 뿐이라고.'

 

 

아무도 못말리는 개구쟁이 해리의 이야기에 왜 미소가 지어지는지 모르겠다. 동화라도 난 개구쟁이의 이야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이라도 남의 고통을 재미삼아 즐기는 건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해리는 선을 기가 막히게 잘 지킨다. 그건 아이가 뭐를 알아서라기 보다는 심성이 좋아 일정 선을 넘지 않는 것 같다. 장난꾸러기임에는 분명하지만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잘못한 것은 인정하는 아이 해리. 그런 해리를 만난 것만으로도 마음이 다 든든하다. '반갑다, 해리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