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타마 2 - 콜드스틸 원정대
이우혁 지음 / 비룡소 / 2012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가시적 세계에 매달린다. 그러니 아이들의 관심사가 그 쪽으로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고, 강제로 하게 할 수도 없다. 또한 내가 할 수 있음에도 누군가를 위해 하지 않을 수 있는 배려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 때야 가능하다. 이우혁은 그런 곳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이끈다.

 

 

'고타마 1'이 듀란의 왜곡된 자아상 회복기라면, '고타마 2'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이 무엇이냐는 철학적 질문으로 문을 연다. 전편에서 급박한 상황으로 인해 죽은 자의 망령까지 불러낸 듀란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 것을 알고 자책한다. 그러나 실패 없는 성장은 없는 법, 듀란은 마음을 다잡고 콜드원정대를 꾸려 길을 떠난다. 자신의 놀라운 힘을 사용케 하면서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한결같은 고타마가 너무나 좋은 듀란은, 어느날 고마타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조른다. 고타마는 듀란의 눈을 감긴 채 마음의 눈으로 자신을 보게 한다. 고타마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컸고 신비함 또한 형언하기 힘들었다. 그런 고타마가 자신을 친구로 받아들여 주었다는 사실에 듀란은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원정의 길은 지리하고도 험난하다. 깊고 습기찬 숲 속에 가도가도 나무만 보이는 정경으로 원정대원들은 지쳐간다. 그 때 웬 푸른 괴물이 나타난다. 한데 이 괴물은 뭔가 다른 것 같다. 생긴 건 무섭지만 장난기도 있고 착한 것 같다. 그러나 테트리아곤이라 불리는 괴물 또한 크롬웰의 협박하에 있고 듀란을 넘기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테트리아곤은 듀란을 잡기 위해 돌진하고 원정대원은 목숨을 걸고 듀란을 지킨다.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듀란은 테트리아곤이 피투성이가 되어 날뛰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설명하긴 마땅치않지만 원한보다 강하고 동정이나 연민과 비슷한 슬픔은 고타마가 자신의 능력을 내보내는 조건이 되었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테트리아곤과 동족들은 듀란을 돕기로 마음 먹는다.

 

테트리아곤의 안내로 듀란 일행은 콜드스틸로 가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지하 터널로 들어선다. 지루한 여정이 끝나고 마침내 터널의 끝에 다달았다. 그러나 지상으로 올라온 지 얼마 되지않아 기병단들이 듀란 일행을 덮친다. 플로베르를 비롯한 5명의 대원들은 있는 힘을 다해 싸우지만 결국 듀란을 지키지 못한다. 듀란은 고타마의 급박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듀란이 죽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던 고타마는 영계의 질서를 어기고 듀란을 구해낸다. 이 일로 고타마는 듀란과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다.

 

드디어 콜드스틸 왕궁에 들어섰다. 차갑고 잔혹한 크롬웰을 만나는 일만 남았다. 이제 마지막이다. 그런데 저렇게 호남형의 화려하고 말끔한 차림의 사람이 크롬웰이라니, 듀란은 당황하고 만다. 듀란에겐 이제 단 한번의 기회만 남아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인 사랑을 쓸 차례다. 하지만 듀란은 세상에서 가장 큰 드래곤 크락수스보다 크롬웰이 더 무섭고 두렵다. 자기 자신만을 완전히 사랑한다는 크롬웰의 말은 듀란을 공포에 젖게 만들고, 듀란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느낌에 절망한다. 사랑의 힘은 매우 크고 위대하지만 잘못 사용되면 파멸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고타마의 말이 이제서야 이해된다. 사랑 때문에 망가졌다던 크롬웰을 차마 죽일 수 없었던 듀란은 자신이 사라지기로 마음 먹고 수백 조각의 부스러기가 되어 흩어진다.

 

듀란은 정말 지상에서 사라지고 만 것일까? 그리고 과연 고타마는 누구였을까? 이렇게만 전해야 할 것 같다. 고타마는 우리가 마음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그 무엇도, 또 시공을 초월한 어떤 존재도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또한 고타마를 그 자신일 수 있게 만든 것이 사랑이라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사랑은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루어내는 승리나 성공을 넘어서는, 자신의 생명마저 마다하지 않는 최고의 고결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여지고 만져지며 즉답이 있는 것에만 마음을 두는 어린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가슴이 저릿해졌으면 좋겠다. 환상의 세계에서 벌이는 전투의 향연에 짜릿해 하지 말고, 비록 미물일지라도 생명이 그 안에 있음을 기억하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결국 내게 돌아와 나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키워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소설을 통해 삶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하루였다.

 

사진출처: 나는 시시한 사람이다. http://www.cyworld.com/heebee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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