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에서 창비시선 40
곽재구 지음 / 창비 / 198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고3 때던가, 중앙일보에 실린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읽었던 기억은 30년이 지났지만 또렷하기만 하다. 그 때 그 충격이란! '시를 이렇게 그림처럼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마흔이 넘어 시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서점을 뒤져 산 책이 바로 곽재구 시인의 첫 시집 <사평역에서>였다. 뒤돌아 보면 그 땐 정말로 그렇게 힘들었을까, 부연 기억만 남아있는데, 이 시집을 읽다 보면 80년대가 힘들었던 한 세월이었다는 게 다시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는 시간을 관통하지 못하고 한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약점일 수도 있는 시집이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전해줄 수 있는 그 변하지 않은 무엇을 그 시를 읽을 때 전해줄 수 있다면 그 시는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적어도 이 시집에 나오는 <사평역에서>라는 시는 그렇다.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더라도 시인의 아픔, 아니 사평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한 사내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이 서정적인 시의 장면을 한꺼풀 벗겨내면 그 시대의 통한도 읽을 수 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톱밥 난로에 던져 넣는 한줌의 톱밥은 사내의 눈물이기도 했다. 지금 읽어도 아릿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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