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야, 잘 가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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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외모때문에 외톨이가 된 한 소녀(소녀의 이름은 경실이다.)가 있다. 시청의 고위 공무원인 아빠를 두었지만 무뚝뚝한 아빠와의 관계는 고작 몇 마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 뿐이고 넉넉한 집안 형편 덕분에 밖으로만 도는 엄마는 마주칠 때마다 그녀의 외모를 탓한다. 부모와도 마음을 나눌 수 없는 소녀는 달콤한 단팥을 넣어 파는 시장통 찐빵집에서 위안을 얻는다. 달달한 팥소가 뱃속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별이 되어 그녀를 기쁘게 하는 그 곳, 그 곳은 하나밖에 없는 그녀의 안식처이다.

어느날 소녀의 집에 이복언니라는 정우가 찾아온다. 아틀란티스에 대한 이야기는 정우가 그녀에게 해 준 것이다. 미지의 땅 아틀란티스, 그것은 정우와 경실에게는 꿈같은 이상향이다. 그들은 매일밤 이불밑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틀란티스에 관한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들이 현실에서 미처 이루지 못한 꿈들 그리고 영원히 이루어 질 것 같지 않은 희망들, 그것이 한데 모여 새로운 이야기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거듭될 수록 어쩌면 그것은 단지 꿈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내는 현실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경실이 지어낸 이야기는 포악한 어른들에 의해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둔갑한다. 그저 꿈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중학생 소녀의 꿈은 산산히 부서져 미지의 땅 아틀란티스처럼 종적을 감춘다. 그리고 경실의 이야기 공책은 영원히 그녀에게로 돌아오지 않는다.

외로운 어린 소녀가 꿈을 꾸고 희망을 기록하는 것이 그렇게나 못할 짓이었을까.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사람과 세상을 재단하는 어른들은 꿈을 희망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미성숙한 이념으로 무장한 어른들의 세계. 그것이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를 침범하는 것에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 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그러나 경실은 낙담하지 않는다. 그녀의 뚱뚱한 외모가 놀림감이 되는 것에 더이상 낙담하지 않는다. 그녀의 위안처가 되었던 만수씨의 찐빵집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낙담하지 않는다. 그녀가 꿈꾸었던 아틀란티스는 무너져 버렸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아틀란티스를 쌓아 올리리라 다짐한다. 소심한 외톨이였던 소녀는 이상향을 꿈꾸는 동안 한차례 성숙하고 단단해진 것이다. 아프지만 그만큼 값진 성장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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