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가 된다는 것
제프리 A. 코틀러 지음, 이지연.황진숙 옮김 / 학지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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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가 된다는 것』 Jeffrey A. Kottler / 학지사

 상담자, 그들도 사람이다

 

 

 현대인들의 정신질환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만 같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도, 사소해보이거나 깊은 아픔들을 안고 있을 수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우울, 고독, 가족이나 사람들 간에 소통되지 않는 것들,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문제들과 고민들... 만약 그런 문제들이 초기에 해결되지 못한다면 더욱더 깊은 고통 속으로 침잠해들어갈 수도 있다. 그들이 자신의 이상과 문제를 어느샌가 느끼게 될 때,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그 때 가장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상담자'일 것인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그리고 단순한 위로보다 더욱 전문적인 해결책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담자를 통해 자신의 정신적인 불안과 아픔을 기대고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바란다.


 이는 기본적으로 상담자에 관한 부푼 기대가, 내담자들에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내담자들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전지전능함을 가지고 있다거나, 상담자들은 정신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거나, 내담자 자신과 같은 사람이기보다는 사적인 감정이 없는 전문적인 사람일 거라 생각하는 것이 그 예이다. 「상담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시선과 실제 상담자의 모습에 대한 괴리감을 떨쳐주면서, 제목 그대로 상담자들의 직업적 삶을 거리낌 없이 알려주고 있다.

 그들, 상담자 역시 사람이다. 그리고 상담자라는 직업은 어느 직업만큼이나 어렵고 적성에 따르는 일이다. 내담자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수없이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기다리는 행위는 정말로 많은 노력을 요한다. 그들은 내담자의 감정에 정서적으로 빨려 들어가 헤어 나오질 못하기도 하고, 사적인 감정과 전문성 사이에서의 중심을 잡으려고 끝없이 시도한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여러 내담자들에 대한 각기 다른 감정이 있을 수 있다. 저자는 상담자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상담자로서, 그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거론한다. 그러한 내용을 통해서 상담자라는 직업에 '단순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과는 또다른 어려운 차원의 문제가 녹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 이라는 주어가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이 책이 상담자인 저자가 또 다른 상담자에게, 혹은 상담자가 되고 싶어 하는 초심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쓴 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 위화감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의외로 단락별 글들은 흥미롭게 잘 읽히는 편이다(심리학에 아주 조금 관심 있는 일반인 독자의 개인적인 시선에서 그렇다). 그러나 책의 몰입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지지는 않는데, 다소 전문적인 정보를 다루고 있어 강의서나 학문서를 단숨에 읽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심리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이 책을 고르지는 않을 테니, 넉넉한 시간을 잡아 조금씩 읽어나간다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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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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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은 정말로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가장 충격적이고 끔찍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쏟아 놓는 사람들과 하루 온종일 한방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경험한 학대 경험, 고통 그리고 절망감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우리를 기만하고 조종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담자들은 인간의 정서에 둔감해지고, 격렬한 정서를 과다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경계선을 확고히 유지하고 느끼는 것을 멈추는 것을 배운다. 그러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할 때조차도 내담자와의 접촉은 때때로 우리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가운데 우리를 깊이 뚫고 들어올 때가 있다. (35p)

우리가 믿고 바라는 것과 상관없이 상담을 하는 것은 무수한 무작위의 개인적 변인에 의해 의미 있는 영향을 받는 의심할 여지없는 인간 비즈니스다. 내담자를 일관성있게 대우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갸륵할지 모르지만 상담자는 기이하고, 편향되고, 오류가 있으며, 그릇된 판단을 하고, 현실을 왜곡하기 쉬운 실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 훈련, 지도, 감독을 받고, 연구와 자기 분석을 한다 해도, 상담자는 거의 익명의 한 개인이 아니며, 절대적으로 안정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모든 것을 다 알지도 못하며, 내담자가 기대하는 창조주도 아니다. (80p)

완벽주의는 내담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상담자에게도 역시 영향을 끼친다. 만약 내담자에게 보유주는 이미지처럼 우리가 여유롭고 유능하다고 정말 믿고 있다면, 우리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알고 있는 것, 이해하고 있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자신에게 정직해진다면, 우리는 자기 회의로 가득 차서 거의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절충적 입장은 우리는 역량을 가장하고 있으며, 이런 곡해는 때때로 내담자를 위해 필요하지만 단지 가장하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3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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