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평전 - 부치지 않은 편지
이윤옥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그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삶' <김광석 평전 - 이윤옥>

 

 

 

 

 

 

 

 

 

"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마루에 프르던 소리없는 통곡이어든

살아 이 한 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의 횃불 아래 벌거숭이 산하에...."

 

故 김광석이 처음으로 인정을 받아 홀로 부른 노래 '김지하의 녹두꽃'. 김광석의 음악인생은 그가 살았던 시대와 함께 흘러왔다.  

"우리가 김광석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에는 그런 그의 젊음의 여정이 우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의식에 대한 의무감과 더불어 젊음의 혈기를 풀어놓고 싶다는 욕구, 하지만 대부분 결국은 한쪽에 치우치거나 숨겨버린다. 김광석은 그야말로 '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생각한 그 길로만 움직이려'했던 솔직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노래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그러한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음악에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다. '사회변혁적인 노래로 대중을 일깨우려는 다른 가수들의 노력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생각할 거리를 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의 노래의 힘은 그 역할을 다한 것이라 여겼을 뿐이었다.'

민중가요를 부르던 그가 대중가요의 길로 들어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 였다.

 

 

 

 

 

 

나는 김광석 노래를 참 좋아한다. 부모님 시대의 가수였고 어쩌다 흘러나오는 노래에 그렇게 열광하지는 않았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 언제부터인지 김광석의 목소리에 빠져버린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김광석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다... 하는 이야기도 요즘들어 흘러나오고

노래를 들으면 어딘가 구슬프고 무거운 인생을 산 것 같은 느낌에 도대체 이 분은 어떤 사람인가 하고 궁금해졌다. 그런데 한가지 착각이 있었다. 김광석의 유명한 노래는 모두 김광석이 작곡했는 줄 알았다. 그런 만큼 마치 자신과 한몸처럼 또는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그는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고보니 여러 유명 작곡자들이 만든 노래라고. 물론 <일어나>처럼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노래도 많지만 (역시 체념적인 사회에 희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모든 노래에 감정을 담아서 부를 수 있었던 건, 그가 노랫말이 특별히 마음에 드는 노래들을 선택하곤 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김광석의 유명한 노래 중 하나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는 녹음 당시 가사의 '막내아들 대학시험'이라는 대목에서 김광석의 목이 메어와 계속 진행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은 술먹고 녹음했다는 이 노래.

 

 

 

 

 

책을 읽고나니 참 솔직하고 재치도 있고 때로는 우울한,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밤의 창가에서'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신인 PD와 함께 '자신들이 들려주고 싶은 노래'위주로만 진행했다는 줏대있는 방송이었다고 한다.

청취자들의 신청곡을 무시하면서 '이 곡은 다른 프로그램에 많이 나오니까 그 방송 들으세요...'라고 말하곤 했다며... 하하

무려 천번을 넘게 했었던 공연. 그 공연 동안 만류하는 관계자들을 무시하고 관객들을 향해 부르고 싶은 만큼 원없이 노래를 불렀던 가객.

 

사람들은 그의 슬픈 노래를 좋아한다. 나또한 그렇다. '그날들', '너무 아픈 사랑은....','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그도 사랑했다는 '먼지가 되어'.

 그치만 김광석은 감상적이고 애상적인 노래보다 희망적이고 밝은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언젠가 그는 무언지 모를 상실감에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가득한 채로 삶을 지냈던 김광석. 그는 우울하고 감상적인 노래에 빠져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그는 결국 왜인지 모르게 방에서 전깃줄로 삶을 마감했다 . "누군가 살아가면서 삶에 비극적인 요소들은 갖고 있다. 그것이 삶의 어느 순간에 뛰쳐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또한 비극이다. 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온 비극을 김광석은 극복해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행복하세요'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한 삶을 선택하지 못했다." -204p

 

 

 

 

유명세를 치르고 나서 하루하루 바쁜 나날들을 보내면서 그는 '잘하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가수로서도 가장으로서도 자신의 역할들을 다 잘해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고.... 팬들에게도 아저씨라 불릴정도로 친근하고 장난스럽던 그도

조금은 내려놓은 삶을 살았다면 행복했을까? 그 시대로 돌아가 나도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쫓아다녀보고 싶다.

해맑게 눈웃음 짓고 있는 김광석의 사진이 떠오른다. 오늘은 그의 노래를 듣고 자야지.

 

"우린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은 김광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의 모습과 닮아 있는 그의 노래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모든 것을 이해해줄 것 같아 인간적으로 끌리기도 했다. 김광석에게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삶' 이었듯이 남아있는 우리에게도 그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삶'이다" -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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