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8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운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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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한 번도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책. 「군주론」은 수백 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악마의 책인가, 리더들의 정치적 교과서인가' 하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분열되어 외세에 침략에도 번번이 속수무책이었던 1500년대 이탈리아의 상황 속에서 '마키아벨리즘'으로 대표되는 이 책이 탄생했고, 혼란스러운 상황은 지금의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장기간으로 지속되는 코로나 시대, 각 정당의 대립, 세계 속 외교적 방향 속에서 우리는 어떤 리더를 뽑아야 할까 하는 의문이 계속되고 있는 중,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읽기 전 생각했던 것보다 「군주론」은 짧고 세분화된 항목으로 글이 구성되어 있었다. 세습, 혼합, 시민, 교회 군주국 등 다양한 국가의 모습을 살폈고, 새 군주국을 어떤 방식으로 획득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리더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군주가 갖추고 있는 한 국가의 군대,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관리들에 대하여도 다방면의 시각으로 설명된 글이 돋보인다. 마키아벨리는 당시 이탈리아의 역사 속 인물들을 사례로 들어 자신의 이론을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국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나 방법도 허용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즘'의 기본적인 토대와 같이 책 속에 표현된 리더의 조건은 '막강하고 권모술수에 능한' 모습으로 대표된다. 민중과 관리에 대한 시각도 약간은 부정적인 면이 있으며, 여성을 폄하하는 대목도 읽기 편하지는 않았다(시대가 시대인지라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러했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특히나 이 책의 집필이 국가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정의'에 따라 시작된 것이 아니라, 마키아벨리 본인이 공직에 복귀하기 위해 헌정한 글이라는 점은 약간의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과거를 넘어 현재에 있어서도 받아들일만한 주장들이 여럿 존재한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군주의 자리는 분명 아슬아슬하기에 굳건한 중심이 필요하다. 이 책의 나온 내용들을 누군가가 악용하진 않길 바란다. 좋은 것은 취하고, 옳지 않은 것은 배제하여 적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리더가 나타나기를.

군주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믿을 만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군주는 시민이 나라를 필요로 하는 평온한 시기에 보여준 모습만 믿고 그들을 의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현명한 군주는 시민이 어떤 시기에도 자신과 나라를 필요로 하면서 자신에게 충성하도록 만들 방법을 고안해야 합니다. - P78

모든 일을 고려할 때 어떤 것은 미덕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따르면 자신이 파멸할 수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악덕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따르면 안전과 번영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112

그렇지만 믿고 행동할 때 신중해야 하고,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신중함과 인간애로 절제 있게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지나치게 믿어 경솔해지지 말고, 과도하게 불신해서 아무도 견뎌낼 수 없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 P119

군주가 만약 사랑을 얻지 못한다면, 증오를 피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증오를 받지 않으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P120

자신을 다시 일으켜줄 사람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넘어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혹시 그렇게 되더라도 당신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런 방어책은 비열할뿐더러 자신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훌륭하고 확실하며 지속적인 유일한 방어책은 발로 자신과 자신의 역량에 의존하는 것뿐입니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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