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한국의 환경공학 연구자의 1세대에 해당되는 학자이다. 그는 1968년에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환경공학을 공부했다.
환경공학은 무엇인가? 그것은 환경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학문이다. 여기서 환경은 우리를 둘러싼 가장 본원적인 환경, 즉 자연을 뜻한다. 환경공학은 자연을 지키는 학문이다. 그러나 환경공학을 내걸고 자연을 지키기는커녕 자연을 파괴하고 이용하는 데 앞장서는 학자도 많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작성해서 파괴와 이용을 정당화하는 자들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망국적인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에서 이 문제를 더욱 더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 교수'와 '업자 교수'가 횡행하는 척박한 학계의 상황에서 김정욱 교수는 학문으로나 도덕으로나 한 모범이 된 학자이다. 그는 1982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해서 2011년에 정년 퇴임을 한다. 정년 퇴임을 1년 앞두고 그가 한 권의 책을 발간했다. <나는 반대한다>(느린걸음 펴냄)라는 제목의 이 책은 '4대강 토건 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김정욱 교수는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아서 지난 2년여 간 망국적인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애썼다. 그는 정치 교수와 업자 교수가 학문의 이름으로 거짓을 퍼트려서 혈세의 탕진과 국토의 파괴를 정당화하는 것에 정면으로 맞서왔다. <나는 반대한다>는 그 소중한 결과이자 새로운 출발이다.
|
▲ <나는 반대한다 : 4대강 토건 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김정욱 지음, 느린걸음 펴냄). ⓒ느린걸음 |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였던 에밀 졸라는 1898년 1월 13일 프랑스의 한 신문에 '나는 고발한다'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당시 프랑스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프랑스인의 각성을 촉구한 이 글은 1894년에 발생한 '드레퓌스 사건'의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해 쓰였다.
프랑스 군부는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독일의 간첩으로 규정하고 종신형에 처해 '악마의 섬'으로 유배를 보냈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얼마 뒤에 그의 친구에 의해 진짜 간첩이 체포되었으나 프랑스 군부는 그를 무죄 방면해 버렸다. 프랑스 군부가 드레퓌스를 간첩으로 규정한 실제적인 이유는 그가 유대인이라는 것이었다. 이 황당한 사건에 늙은 졸라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맞섰다. 졸라는 1902년에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글에 힘입어 드레퓌스는 1906년에 결국 석방되었다.
김정욱 교수의 <나는 반대한다>를 접하고 나는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를 떠올렸다. 노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프랑스 군부의 편견과 억지에 맞서서 프랑스의 양식과 양심을 지켰던 것처럼, 노학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명박 정부의 거짓과 억지에 맞서서 이 나라의 국토와 경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정욱 교수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국토와 경제만이 아니다. 그는 더욱 더 근본적인 것을 지키려고 한다. 우리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 일찍이 칸트가 <실천이성비판>에서 우리 머리 위에서 영원히 돌고 있는 별에 비겼던 그것, 그것은 바로 양심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도덕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나는 반대한다>는 양심을 지키려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외치는 <우리는 반대한다>로 읽혀야 한다.
<나는 반대한다>는 2부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정욱 교수는 "1부는 4대강 토건 공사의 진실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 드리는 보고서"이고, "2부 '이 땅에 살기 위하여'에서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근원적 물음에 대한 길을 찾고자 했다"고 한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저지르는 잘못을 명확히 밝히고자 정부의 자료를 포함해서 많은 자료를 인용하고 있으며, 가능한 쉬운 말로 사진과 도표를 최대한 활용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망국적인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새로운 연구서가 아니라 기존의 연구를 총화하고 해설하는 교양서이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김정욱 교수가 절절히 밝히고 있듯이 40년 넘게 수행해 온 환경공학 연구의 성과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교양서를 넘어서 그의 연구와 인생을 집약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김정욱 교수는 자신이 어떤 생각으로 이 책을 썼으며, 이 책의 주요 내용이 어떤 것인가를 '머리말'에서 잘 정리해서 제시했다. 따라서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의 핵심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김정욱 교수는 4대강 살리기가 어떤 타당성도 갖고 있지 않은 사업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1단계'이다. 이런 점에서 4대강 살리기는, 그가 정확히 지적하고 있듯이, 국토의 파괴일 뿐만 아니라 국어의 파괴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4대강 살리기는 '황우석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과학 사기'가 정부 차원에서 더욱 대대적으로 자행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나는 40여년 연구해 온 환경공학의 모든 성과를 검토해 보았지만 정부의 4대강 토건 공사에는 환경공학적, 수문학적, 생태학적 측면에서 하나의 타당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 타당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강산을 회복 불가능하게 망가뜨릴 큰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주장이 모두 틀리기만 하냐는 물음을 받는다. 우리말에 '일리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말이라도 조금은 맞는 구석이 있기 마련인데, 정부의 주장에 설마 장점이 하나도 없겠냐는 것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마음으로 정부의 논리를 살펴봐도 정말 하나도 없으니 나조차도 난감한 노릇이다.
그러나 강의 파괴보다도 더 끔찍한 것은 이 잘못된 토건 공사를 정부가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자연을 살리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유익한 정책인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책에서 4대강 토건 공사가 어떤 내용으로 되어 있으며 어떻게 강과 자연을 죽이는지, 그러면 왜 사람들이 살 수 없는지를 말할 것이다. 정부의 주장을 하나하나 짚어 반론을 펼치고 근거자료와 도표를 제시했다. 강을 인공적으로 개발하여 피해를 입은 국내외의 사례도 넣었다.
김정욱 교수는 토목공학과 환경공학을 연구한 '공학자'이다. 따라서 그는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의 문제를 공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전문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 망국의 사업은 개발독재의 역사를 통해 형성된 토건국가의 구조를 떠나서 올바로 이해될 수 없다. 세계 최악의 토건국가가 '이명박'이라는 토건업자 출신의 대통령을 만나서 4대강 죽이기라는 극단적인 문제를 낳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4대강 죽이기를 막아야 할뿐만 아니라 여기서 나아가서 토건국가의 구조를 철저히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대해서도 김정욱 교수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4대강 죽이기는 토건국가의 극단화에 해당되는 것이며, 우리는 토건국가를 개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의 강은 이제 돈 버는 콘크리트 더미가 되어 버렸다. 땅이 사고파는 상품이 되어 버렸다. 아름다운 강산을 자랑하던 우리나라는 어느새 오염과 낭비의 대표적 나라가 되었다. 반세기 가까이 벌여온 대규모 국책 사업은 5000년을 이어온 아름다운 자연과 전통의 삶을 파괴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나라가 '세계 최대 토건국가'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전 국민이 짊어지고 이득은 소수가 가져가는 기형적인 국가가 되었다. 4대강 토건 공사는 이런 국책 사업의 가장 극단적인 것이다.
김정욱 교수는 자신이 '온 삶을 던져' 망국적인 '4대강 죽이기'를 막고자 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토건국가에서 이득을 얻는 소수의 토건족과 투기꾼을 제외하고는 누구라도 그의 '온 삶을 던져' 제시하는 설명에서 하늘의 해처럼 밝은 진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와 생태를 동시에 파괴하는 망국적인 이중 파괴 사업인 4대강 살리기에서 이득을 얻는 소수의 토건족과 투기꾼은 과학적인 비판에 대해 '좌파'라는 색깔론의 욕설을 퍼붓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장악한 방송과 신문은 이명박 정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데 혈안이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비가 쏟아진다고 해도 그 위에서는 해가 밝게 빛나고 있다. 그는 '온 삶을 던져' 진실의 햇빛을 밝혀주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온 삶을 던져 "나는 반대한다", "강을 죽이지 마라"라고 외치는 것이다. 내 40년 학문은 힘이 없지만, 내 60년 삶은 간절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이 우리 강을 살리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들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전달되었으면 한다. (…) '4대강 죽이기'라는 이 끔찍한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생태 위기에 처한 우리 시대의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게 바로 내가 '4대강 죽이기' 사업에서 유일하게 발견한 일리가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는 김정욱 교수를 비롯해서 많은 교수들이 무지해서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에 반대한다는 식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정욱 교수를 비롯한 많은 교수들은 이명박 정부가 무지하거나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제 김정욱 교수는 책으로 이 사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둘 중의 한 쪽은 분명히 무지하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러니 지난 8월 25일 오전에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4대강 지키기 국민 행동 선포식'에서 내가 다시 요구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 누가 틀렸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를 밝히기 위한 공개 토론에 즉각 응해야 한다. 대통령이 계속 토론을 회피하고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틀렸으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2010년 9월 11일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게 4대강 죽이기의 중단을 촉구하는 국민 대회가 열릴 것이다. 4대강 살리기를 계속 강행하면 이 나라는 머지않아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 생명의 젖줄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면서 흥할 수 있는 나라는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나도 망국적인 4대강 죽이기를 막기 위해 많은 논문을 쓰고 책을 내고 칼럼을 썼다. 그러나 김정욱 교수의 책만큼 포괄적이고 친절한 글을 쓰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반대한다>를 읽고 4대강 죽이기의 실상을 확인하자. 그리고 9월 11일의 국민 대회에 참여해서 "우리는 반대한다"고 힘을 모아 외치자.
함께 읽기
2009년 말부터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1단계라는 사실을 밝히는 여러 책들이 출간되었다. 여기에서 그 책들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강은 흘러야 한다>(김상화 지음, 미들하우스 펴냄)
35년 동안 낙동강 지키기에 헌신해온 낙동강공동체의 대표이자 운하백지화국민행동 공동대표인 김상화의 진정한 낙동강 지키기 이야기이다.
<한국의 5대강을 가다>(남준기 지음, 내일신문 펴냄)
환경전문기자로서 15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우리 국토의 개발과 파괴를 취재해온 <내일신문>의 기자 남준기가 4대강 살리기로 커다란 위기에 처한 5대강을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많은 사진으로 생생하게 기록하고 올바른 정책을 제안한다. 지율 스님이 4대강 살리기 이전과 이후를 기록한 낙동강의 사진들을 함께 보는 것이 좋다.
<강은 살아 있다>(최병성 지음, 황소걸음 펴냄)
영월의 서강 지킴이이자 시멘트의 위험성을 널리 알린 환경운동가로 잘 알려진 목사 최병성이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4대강 죽이기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한다.
<생명의 강을 위하여>(홍성태 지음, 현실문화 펴냄)
파행적 근대화의 역사와 토건국가의 구조라는 관점에서 우리 강의 개발과 파괴의 문제를 연구하고 생태복지국가의 전망을 제시하는 생태사회학 연구서이다.
<한강의 기적>(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엮음, 이매진 펴냄)
4대강 살리기의 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서울 한강이 강 파괴의 전형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서울 한강을 대상으로 진정한 강 복원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