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연

나는 나무를 만난 후 대부분 나무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내가 나무와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것은 책이다. 나는 2002년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지성사 펴냄)를 출간한 이후 점차 나무와 인문학을 어떻게 결합할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고민을 나의 능력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모든 에너지를 이 작업에 쏟고 있다.

내가 나무와 인문학을 결합하기 위해 기획한 것 중 하나는 역사와 문화를 한 그루의 나무로 읽는 것이었다. 내가 역사와 문화를 한 그루의 나무로 읽기로 한 것은 나무에 관심을 갖는 나를 학자답지 않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학계의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 나무가 역사에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를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정민 지음, 김영사 펴냄). ⓒ김영사
정민의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김영사 펴냄)도 출간하자마자 구입했다. 그 동안 한국의 차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마침 지도 학생 중 한 명이 다산의 차 관련 시를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민의 차와의 만남도 나와 비슷하다. 그도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나처럼 차에 대해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정민이 차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다산 정약용에 대한 절실한 관심 때문이었다. 차에 대해 아무리 문외한일지라도 다산에 심취하면 결국 차를 만날 수밖에 없다. 내가 차에 문외한이면서 나무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차와 만났듯이, 정민도 다산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 차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민이 차와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2006년 가을, 강진군에서 개최한 '다산 선생 유물 특별전'에서 친필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주인이 건네 준 필사본 <강심(江心)> 중 '기다(記茶)'를 보는 순간, 진한 찻물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가 차와 인연을 맺은 2006년은 내가 차 관련 책을 간행한 시기와 일치한다. 그가 강진에서 차와 인연을 맺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강진의 다산초당에는 정약용이 차를 마신 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차 관련 책을 간행한 후 더 이상 차 관련 책을 구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1년에 한 번 학생들에게 육우의 '다경'을 가르치면서 중국의 차 관련 정보를 학술적인 차원에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 갖는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중국의 차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작품이 적고, 언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정민도 처음에는 '기다'를 통해 다산의 떡차 관련 논문을 정리하는데 그칠 요량이었지만, 조선 후기 차 문화를 문헌학적으로 정리하는 긴 여정으로 이어졌다. 차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차의 학문 세계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민이 차의 세계에 빠져든 덕분에 한국의 차 문화사는 새롭게 탄생했고, 나도 그의 책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처럼 역사는 한 인간의 치열한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2. 잊혀진 차 문화의 기억을 깨우다

나는 대학원에서 초의 의순의 <동다송>을 가르치면서 차에 관한 한국 최초의 저술이라 얘기했다. 나의 이러한 얘기는 기존의 통설을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다행히 정민 덕분에 한국 최초의 차 저술이 초의의 <동다송>이 아니라 80년 정도 앞선 이운해(李雲海, 1710~?)의 <부풍향차보(扶風香茶譜)>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차 저술인 <부풍향차보>에는 서문을 비롯해 '차본(茶本)', '차명(茶名)', '제법(製法)', '차구(茶具)'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최초의 차 저술은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차에 다른 약재를 넣어 만든 향차 관련 작품이다.

정민의 또 다른 업적은 초의의 <동다송>에 등장하는 <동다기>의 저자를 바로잡은 것이다. 그 동안 <동다기>를 정약용의 작품으로 이해했지만, 정민 덕분에 이덕리(李德履, 1728~?)의 저술로 판명되었다. 이 작품에서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차 무역에 관한 것이다. 이덕리의 작품에 따르면 당시 조선 사람들의 차에 대한 지식은 거의 무지에 가까웠다.

이덕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차의 국가 전매와 국제 무역을 주장했다. 정민은 이덕리의 주장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덕리의 주장에 동의한 정민의 지적을 놓고 한 가지 짚어야할 것은 과연 차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아주 낮은 단계에서 국가전매와 차 수출이 가능한가이다.

중국의 경우 송대에 실시한 차 전매는 차 소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을 때이고, 차 무역도 국내 시장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졌다. 결국 국가의 차 전매는 차 소비가 증가해야 하고, 차 소비가 증가해야 차 수출에 필요한 생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덕리가 살았던 18세기에는 정민도 지적한 대로 차에 대한 인식도 아주 낮았고, 차 시장도 거의 형성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중국처럼 차 무역을 통해 국방을 튼튼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덕리의 차 전매 주장은 아주 구체적이었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의 주장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덕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지금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지만, 당시 조선의 차 문화는 이덕리의 주장을 수용할 만큼 성숙한 단계가 아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 다산, 초의, 추사

조선의 차 문화는 다산에 이르러 다시 전기를 맞고, 초의가 꽃을 피우고, 추사 김정희가 꽃향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했다. 그러나 이렇게 간명한 조선의 차 문화 발달 과정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정민의 노력 덕분에 이제야 조선의 차 문화사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민에게 존경의 고개를 숙인다.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의 전체 내용이 주로 세 사람의 차 관련 행적을 다루고 있는 것만 봐도 그가 조선의 차 문화 발달을 정리하는 데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다.

나는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에서 세 사람의 차 관련 행적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한 인간의 열정과 사람 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는다. 그런데 세 사람이 조선의 차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 각자의 능력을 인정하고,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이다.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는 사료를 통해 세 사람의 차 행적을 고증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딱딱할 수 있지만, 세 사람의 차 관련 일대기는 마치 재미있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더욱이 곳곳에 논쟁 분야를 해결하는 과정은 추리 소설만큼 흥미진진하다.

세 사람의 차 관련 일대기는 한 줄 한 줄 읽고 다시 읽어도 지겹지 않지만, 가장 극적인 장면은 추사가 차 값(?)으로 초의에게 준 명선(茗禪)의 진위 여부다. 한국 미술사학계의 대가로 알려진 강우방은 명선을 가짜로 판명했지만, 정민은 꼼꼼한 사료를 통해 진적으로 판단했다. 이 장면은 통쾌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4. 차 한 잔 마시면서

나는 차를 크게 즐기지 않는다. 무척 게으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적할 때면 간혹 학교 본관 앞에 자라는 차나무를 만나러 간다. 1년 동안 이곳의 차나무와 만날 때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인류의 역사에 끼친 영향을 생각한다.

차나무만큼 오랜 기간 동안 인류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나무도 드물 것이다. 그 만큼 차는 매력적인 나무이다. 나는 차나무를 비롯해서 나무를 세는 게 취미다. 나는 나무를 세면서 나무마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무를 통해 나의 정체성도 깨달았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런 역할은 당연히 존중받아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정민의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에서 다산, 초의, 추사 이외에 조선의 차 문화에 기여한 사람들을 다룬 것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김명희, 정약용의 아들 정학연, 이규경, 신헌, 이상적, 이유원 등의 차 관련 내용을 읽으면서 무척 행복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제목을 "그 밖의 후원자들"로 붙인 점이다. 이들은 세 사람에 비해 조선의 차 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지지만,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세 사람 이후 한국의 차 문화는 명맥조차 잇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들의 존재를 무시한 채 한 묶음으로 "그 밖의 후원자들"로 표현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한 잔의 차는 곧 선이자 깨달음이다. 깨달음에는 안과 밖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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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gdfgdf 2012-07-05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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