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화폐전쟁>의 저자로 잘 알려진 쑹홍빙 중국 환구재경연구원장은 앞으로 미국 경제가 과거 90년대 '잃어버린 10년'으로 통칭되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그는 앞으로 40년 후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미국경제가 이처럼 위기를 맞은 원인으로 그는 지나친 달러 공급을 지적했다. 대안으로 그는 금을 대안통화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美 경제, 인플레-자산부실화 이중고 겪을 것

쑹홍빙 원장은 27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BS 주최 '서울디지털포럼2009'에 참석해 이와 같이 밝혔다.

쑹 원장은 먼저 향후 미국경제가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과 자산 디폴트(채무불이행) 급증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잠시 경제가 안정되더라도 시중에 과다하게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가 쉽지 않다"며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1~2년 내에 인플레이션 문제가 본격화되리라고 본다"고 했다.


▲서울디지털포럼 제공. ⓒ프레시안
또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07년 정크본드 디폴트율이 1.4%였는데 작년에는 7.7%까지 올라갔다. 올해 말에는 이 수치가 18%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며 "상당히 위험한 트렌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실업률이 급증해 자칫하면 미국의 400만 실업자가 26주간 수령할 수 있는 실업수당을 받지 못할 상태에 놓이게 돼 채무불이행이 연쇄 급증하는 사태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쑹 원장은 특히 미국 소비 급감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미국 전체 고용자의 1/3이 베이비부머인데 올해 이들이 평균 48세를 맞는다. 미국인이 평균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나이가 48세"라며 "결국 내년부터 미국의 소비에 전환기가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최소 10년 간은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 결과로 "오늘날 미국이 과거 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던 일본과 유사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망은 매우 어둡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계에 대표적 비관론자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에 비해 훨씬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40년 후 미국 자본주의 종말?

쑹 원장이 최근 세계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의 시각과 달리 부정 일변도의 전망을 내놓은 근본 원인은 달러 과다 공급이다. 지난 수십년 간 달러화가 지나치게 많이 공급돼 자산가격 거품이 발생했고 실질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그는 "'누가 경제를 죽였는가'라고 질문한다면 그 대답 중 하나는 미국 달러화"라며 "지난 1971년 브레튼우즈 시스템이 붕괴한 직후부터 최근까지 추세를 보면 미국의 성장률보다 광의통화(M2) 공급증가율이 훨씬 높다. 실물경제보다 통화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쑹 원장에 따르면 이처럼 달러화 공급이 급증한 까닭은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이후 미국의 통화공급 시스템 모니터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쑹 원장은 이와 같이 지나친 달러 공급이 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산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미국의 저축률은 점차 줄어들어 1980년대만 해도 10%대이던 저축률이 2007년에는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자산 중에서도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미국 대신 아시아의 저축자금이 미국 금융시장에 투입돼 자산가격은 더 부풀어올랐고 그 결과 미국 가정의 소득수준보다 자산가격 증가 추세는 더 가속화됐다"고 평가했다. 자산가격이 급증하자 부채도 따라 증가하기 시작했다. 소득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정체되면서 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사태도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게 쑹 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이와 같은 진단을 근거로 기존 자본주의 질서가 완전 붕괴할 수도 있다는 섬찟한 주장을 내놨다.

쑹 원장은 "지난해 1년 동안에만 미국의 부채가 4조 달러 늘어났다. 미국 국채 보유자들은 과연 미국이 이 돈을 갚을 수 있을지를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40년이 지나면 미국의 총 부채는 586조 달러에 달할 것이며 이자만 35조 달러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자비용이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커진다. 장담하건대,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40년 후 이 시스템(미국식 자본주의) 전체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디지털포럼 제공. ⓒ프레시안
유럽·아시아도 문제…달러화 대안은 금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경제도 안전하지 않다고 쑹 원장은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같은 경제시스템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쑹 원장은 "디폴트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은 지금까지 드러난 부실채권 규모가 전체의 절반에 불과하고 유럽은 훨씬 심각하다. 겨우 20% 정도만 노출됐다고 본다"며 "아시아의 경우는 미국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이제까지의 경제개발 철학을 전면 수정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쑹 원장은 단기적 대안과 장기적 대안을 내놨다.

단기적으로는 "일단 미국 정부가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 구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 돈으로 과다한 개인부채를 탕감해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며 "주요 은행의 국유화는 필요하다고 보고 조만간 그리 되리라 생각한다. 일단 개인들의 디폴트 문제를 해결해주고 완전 새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미국 정부가 금융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찌보면 더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까 걱정되고, 실제로 그리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장기적 대안으로는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인 현재의 달러화 체제 자체를 교정해야 한다고 쑹 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대안통화로 추상적 개념일 뿐인 달러화 대신 세계 모든 곳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금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 조치를 통해 통화나 교역시스템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일단은 교역수단에서 달러의 비중을 줄이고 일부를 금으로 대체해 달러화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그는 언급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위안화의 달러화 기축통화지위 대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쑹 원장은 내다봤다. 다만 금이든 위안화든 간에 달러화를 대체할 수단은 강구돼야 한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무너진다면 세계 경제가 일시에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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