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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목사가 쓴 <진정 회개할 곳은 교회다>(리북 펴냄)를 읽으면서 참담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품은 교회 개혁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40여 년간 포기하지 않았는데,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 앞에서 어느덧 기득권자가 된 자신을 보며 부끄러웠습니다. 또 더 심화된 한국 교회의 문제를 보면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한국 교회를 개혁하고자, 2008년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훈련원을 복구하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교회 문제를 새롭게 생각하고 참회하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또 한국 교회를 비판하고 자족하는 차원을 넘어서 실제적인 변화를 추동해야 하는 큰 부담도 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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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국 교회가 성경에서 벗어나 번영 신학과 세속주의에 물든 '신(新) 종교'로 변질되어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했다고 고발합니다. 또 이런 상황을 책임져야할 목회자들이 탁상공론을 일삼고 이해관계에 얽혀 침묵하기 때문에 변화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동감합니다.

또 저자는 교회 문제의 현상과 그 원인을 놓고 단호한 진단을 하면서도, '우리' 문제로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합니다. 교회 문제를 남의 탓으로만 돌리면 새로운 갈등만 불러올 뿐, 교회가 성경대로 회복하는 역사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 <진정 회개할 곳은 교회다>(권영진 지음, 리북 펴냄). ⓒ리북
저자는 교회의 변화를 위한 출발점으로 헌금 문제를 제기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원래 십일조는 소외 계층의 생계를 유지하려는 사회보장제도의 성격이 컸고, 신자의 중요한 신앙고백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헌금을 강요하고, 헌금 사용처도 주로 교회 건물의 유지, 건축, 교역자의 사례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이런 헌금 문제의 뿌리에는 기복주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긍정적인 사례가 강조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가난한 이웃, 북한 어린이, 환경문제 등 분명한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로 헌금을 활용하면 지금의 풍토가 바뀌지 않을까요?

이 책에 묘사된 일부 목사들이 누리는 엄청난 특권을 접하면서, 특권은커녕 생활 유지조차 힘든 한국 교회의 70~80%나 되는 미자립 교회 목회자의 고통이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만 목회자에 대한 저자의 실랄한 비판은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저자는 일부 목회자들이 교회 개척에 열심인 점을 돈, 명예,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요즘처럼 목회자들이 교회 개척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그런 분석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또 담임 목사 직을 대충 말만 잘하면 되는 것으로 묘사한 대목도 대다수 목회자의 고충과 헌신을 외면한 게 아닐까요?

저자는 한국 교회의 결정적인 문제인 분열을 역사적으로 규명함으로써 극심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한국 교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서구 선교사의 일제에 대한 지지와 복종, 근본주의적 신학이 한국 교회의 분열과 보수 우경화의 기초가 되었다는데 동감합니다.

그런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앞장선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 그리고 각성한 그리스도인이 전개한 산업 선교, 빈민 선교, 농민 선교, 청년·학생 운동 등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교회가 군사 정권과 야합했다고 오해할 여지를 준 대목은 아쉽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미국 교회가 한국 교회에 미친 영향을 명쾌하게 분석한 점입니다.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자들이 미국 역사에서 어떻게 정치적으로 활동했고, 그들의 신학적 배경을 자세히 설명한 부분은 앞으로 한국 교회의 정치적 우경화를 극복하는데 구체적인 지침이 될 것입니다.

요즘 대형 교회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자도 같은 입장입니다. 저자는 대형 교회가 '성장 제일주의'와 '성공 목회'의 전형이고, 대형 교회가 되기 위해 무리하게 전도를 강요하는 것은 그들의 탐욕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에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교회를 '삶을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로 보는 저자의 시각은 교회 개혁 운동의 소중한 목표입니다. 효율과 이윤의 극대화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교회는 가장 낮은 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위로와 희망을 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이런 저자의 뜨거운 염원에 적극 지지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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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목사가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이 현실적인 제안을 통하여 한국 교회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니 만큼,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더 많이 제시했더라면 더욱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한국 교회가 지역 사회에서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려면 교회와 지역 공동체가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훈련원은 지역에 어린이도서관과 카페를 세워 가난한 지역 주민이 사랑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 사례를 인천과 전주에서 발표하였을 때 호응도 컸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는 공공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교회를 사유화하는 것을 막지 않으면 한국 교회가 시민사회와 더불어 사회 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점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같은 교회 연합 기관들이 교회의 공적 지원 체계가 될 수 있는 역할을 바르게 제시하면 유익할 것입니다.

이 서평을 쓰면서 "진정 회개할 자는 나 자신입니다" 이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이것은 한국 교회 문제의 본질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해서 구조적 문제를 회피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한국 교회가 실제로 바뀔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발로입니다.

그동안 많은 이들과 단체가 한국 교회 개혁을 위해 힘썼습니다. 그러나 본의와는 달리 교회 개혁 운동가들이 자칭 의인으로 비치어 거부감을 주기도 하고, 목회자 운동 조직이 특정인의 정치적 욕심을 채우는 사조직으로 변질되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문제를 나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아픈 마음으로 끌어안고 기도하며 나아가지 않으면,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개혁 운동의 지속성을 담보할 만한 조직이 강력한 개혁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한국 교회를 아끼며 비판하는 분이 마음을 비우고 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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