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당근과 채찍-행동주의 심리학의 용어로는 보상과 처벌-을 수단으로 삼아 사람들의 행동을 교정한다. 우는 아이에게 사탕이라는 당근을 주어 달래거나 숙제를 하지 않는 아이에게 벌이라는 채찍을 줌으로써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당근과 채찍은 사회집단 그리고 개인들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끄는데 매우 유용하며 그렇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고전적인 경제학에서는 이 당근과 채찍을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만 다뤄왔다. 예를 들면 2만 원은 만 원에 비해 두 배의 경제적 가치가 있으므로 사람들은 당연히 2만 원을 선택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경제적 가치만을 기준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6개월 뒤에 사과를 한 개 받을래, 아니면 그 다음날에 사과를 두 개 받을래' 하고 물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6개월에서 하루를 더 기다려 사과를 두 개 받겠다고 대답한다. 사과 한 개보다는 두 개가 두 배의 경제적 가치가 있으므로 이는 고전적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사과를 하나 받을래 아니면 내일 사과를 두 개 받을래' 하고 물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늘 사과를 하나 받겠다고 대답한다. 경제적 가치만을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하루를 더 기다려서 두 배의 가치가 있는 사과 두 개를 받아야 함에도, 사람들은 오늘 사과를 하나 받는 것을 선택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좀 단순하게 대답하자면 사람은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심리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즉 분명히 사과 두 개는 한 개에 비해 두 배의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내일의 당근은 오늘의 당근에 비해 심리적 만족도가 낮으므로 사람들은 오늘의 당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먼 미래에는 사과 2개를 원하면서도 오늘 당장은 1개의 사과를 원하는 '동태적으로 비일관된 선호(time-inconsistent)' 현상이나 경제적 가치가 똑같음에도 손실을 이익보다 2배나 더 크게 보는 '손실회피 경향(loss aversion)' 등은 경제적 관점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다. 따라서 경제적 관점만을 근거로 당근과 채찍을 사용한다면 실패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 <당근과 채찍>(이언 에어즈 지음, 이종호·김인수 옮김, 리더스북 펴냄). ⓒ리더스북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근과 채찍>(이종호·김인수 옮김, 리더스북 펴냄)의 저자 이언 에어즈는 심리학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정교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그는 누군가가 체중을 감량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단순히 100만 원을 벌금으로 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100만 원을 그 사람이 싫어하는 안티단체에 기부하게 하자고 제안한다. 경제적으로는 똑같은 100만 원의 손실이더라도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이에게는 자기 돈 100만 원을 보수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벌금 100만 원보다 훨씬 더 큰 심리적 손실, 채찍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정교화 시킨 것 중 하나가 '약속실천계약'-자기결박계약(hand-tying contract)-이다. 약속실천계약의 핵심은 미래에 할 선택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데 있다.

"경제적 유인은 전적으로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문제지만 약속실천계약은 전적으로 선택의 폭을 없애거나 줄이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CEO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일종의 유인계약이지만 흡연을 할 경우 친구에게 5000달러를 주는 것은 일종의 약속실천계약이다."

'너무 좋아서 거절할 수 없는 당근과 너무 나빠서 받아들일 수 없는 채찍'을 통해 미래의 선택범위를 축소시킨다면 잘못된 행동을 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이지만, 금연에 성공하면 100만원을 받게 되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단체에 500만원을 기부하도록 약속한다면 금연성공률은 가파르게 높아지지 않겠는가.

저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듯이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심리적 가치까지 고려하는 정교한 당근과 채찍 전략은 사람들의 행동을 교정하는데 커다란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잘 짜여 있더라도 당근과 채찍이라는 행동교정수단을 사용할 때에는 특정한 당근과 채찍이 인간심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사람은 당근과 채찍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해내고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존재이다. 문제풀이에서 정답을 맞추는 대가로 돈을 주게 되면 수행정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돈을 위해 문제풀이를 한다고 느끼게 되어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또한 벌금 제도를 도입하자 지각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보고도 있는데, 그것은 지각을 해도 돈을 내면 그만이므로 더 이상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근과 채찍을 사람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런 점을 면밀히 고려하지 못하면 원치 않았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또한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초한 당근과 채찍은 근본적인 마음의 변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당근과 채찍으로 단순한 인간행동은 변화시킬 수 있지만 인간심리를 변화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병에 입을 대고 우유를 마시지 않겠다는 단순한 약속을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내에게 말하는 태도를 바꾸고 싶다. 이런 문제들은 명확하지 않다."

약속실천계약으로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더라도 또다시 다른 중독에 빠지는 '중독전이(addiction transfer)' 현상, 어떤 약속실천계약이 종료되는 순간 그 효력이 상실되는 교정효과의 단기성 등은 당근과 채찍이 단순한 행동은 바꿀 수 있지만 그 행동의 원인이 되는 심리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따라서 근본적인 사람의 변화,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당근과 채찍이라는 수단 이상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약속실천장치를 지속적으로 정교화 하고 영구화하면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인생의 너무 많은 면에서 보상금을 주어 어떤 일을 장려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그 여부가 궁금하다.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모든 행동을 완벽하게 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모든 상황에서 엄격하게 계산하고 확인하는 끔찍한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약속실천장치는 적절히 활용되기만 하면 사람들에게 더 많은 행복을 주는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보상이나 약속실천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사실 역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어쨌거나 당근과 채찍을 위주로 움직이는 세상은 분명 각박한 곳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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