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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착한 판사, 나쁜 판사
류기인 지음 / 펜타클 / 2026년 8월
평점 :
삶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 헤쳐 드리는
소울맘코치 박상림입니다.
착한 판사는 어떤 판사일까?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판사일까,
아니면 잘못을 멈추게 하기 위해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판사일까?
‘엄벌이냐 선처냐’라는 익숙한 프레임에서 한 걸음 벗어나 한 아이의 미래를 위해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법정 에세이입니다.
아이들에게 착한 판사는 처분이 가벼운 판사다. 소년부에 처음 왔을 때 나는 분명 아이들에게 착한 판사였을 것이다. 소년법은 판사에게 1호부터 10호까지, 서로 무게가 다른 열 개의 보호처분 카드를 쥐여 준다. 1호에서 5호까지는 아이를 원래의 가정과 학교에 두면서 부모의 훈육이나 보호 관찰을 받게 하는 '사회 내 처분'이다. 가정의 보호력이 무너진 경우에는 6호 처분으로 폐쇄형 민간아동복지시설에서 6개월을 살게 하고, 7호는 6개월 동안 치료를 중점적으로 받는 소년의료보호시설 위탁 처분이다. 그다음은 소년원이다. 8호는 1개월 소년원 처분인데, 2년간의 보호관찰에 해당하는 5호 처분을 함께 받는다. 9호는 최장 6개월의 단기 송치다. 그리고 10호는 최장 2년,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장기 소년원 송치다.
p16-18
아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곁에서 붙잡아줄 어른이 있는지, 돌아갈 곳이 아이를 살릴 자리인지 다시 무너뜨릴 자리인지가 그때마다 다른 결과를 만드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습니다.
"이 아이를 지금 어디에 두어야 다시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는가"
그동안 아이 곁에 어떤 어른들이 있었는지가 보인다는 것과 오랫동안 방치된 결핍과 단절, 그리고 도움을 청할 곳이 어디에도 없는 아이의 삶이 보인다는 작가의 말에 눈물이 납니다.
과연 나는 어떤 어른이고 내 주변에는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 6호 처분을 받은 친구들과 코칭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좀 더 그 친구와 코칭을 할 때 따뜻한 어른으로, 믿을 수 있는 어른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2023년 6월, 지리산 둘레길에서 첫 걷기학교를 시작했다. 아이 여섯 명, 어른 여섯 명이 함께했다. 출발하기 전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잠시 걷었다. 걷다 보니 "판사님은 군대 때 뭐 하셨어요?", "판사님도 학교 다닐 때 혼난 적 있어요?" 법정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 질문들이었다. 그냥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대답했다. 아이들도 조금씩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이유, 학교에서 힘들었던 일,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과정이 길 위에서 조금씩 나왔다.
p95-96
어른들에게 미리 부탁하는 규칙은 하나. '충조평판' 하지 말 것. 충고하지 말고, 조언하지 말고, 평가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저에게도 꼭 필요한 규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구나", "그때 많이 힘들었겠다" 하고 끝까지 들어주기를 해야겠습니다.
1박 2일은 짧았지만 그 시간만으로 아이들은 드문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자기 이야기를 해도 혼나지 않는 시간,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바로 평가받지 않는 시간, 옆에 있는 어른이 끝까지 들어주는 시간을 처음 가져본 아이도 있을 것입니다.
옆에서 걷는 어른이 서두르지 않고 묻기 보다 기다렸고, 가르침보다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내 옆에 있는 어른이 오늘만큼은 내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것. 걷기학교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입니다.
아이들은 소년원 안에서 분명 조금씩 생활을 다시 배우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직업훈련을 받고, 밤에 잠드는 일.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다시 몸에 익혀야 하는 일었다.
p216
아이들은 이 안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과연 다시 돌아갈 집과 동네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부모가 아이를 챙길 수 있는 형편이 나아졌을까. 학교는 아이를 다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밤마다 불러내던 친구들은 사라졌을까. 예전 그대로라면 다시 아이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생각에 답답해졌습니다.
올바른 처분을 내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처분이 집행되는 구체적인 환경과 시스템의 빈틈을 살피는 일입니다. 자신의 권한과 의무가 끝나는 지점에서 멈추지 않고, 물리적 장벽과 제도의 한계로 인해 소외된 아이들의 일상까지 직접 찾아가 확인하려는 판사님의 진정한 책임감을 배웁니다.
아이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과 아이의 행동에 책임을 묻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질문해야 합니다. 그 아이가 왜 그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가정과 학교, 친구 관계, 주변 어른들 그리고 아이가 살아온 환경을 함께 들여다보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막기 어렵습니다.
결국 소년재판의 목적은 단순히 과거의 잘못에 값을 매기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우리는 그 아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준비하고 있는가?”라고 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