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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감정들의 사전
이아코포 멜리오 지음, 최보민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5월
평점 :
삶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 헤쳐 드리는
소울맘코치 박상림입니다.
내 마음에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
삶의 해상도가 올라갑니다.
특정한 사람 곁에서만 느껴지는 완벽한 안정감,
누군가와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비로소 체감하게 되는 사랑의 무게,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만 이 행복이 금방 끝날지 모른다는 직감까지.
우리는 매일 수많은 감정의 파도를 마주하지만,
정작 그것을 온전히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말문이 막히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전 세계 여러 언어권을 탐색하며 번역하기 까다롭고 미묘한
감정 단어 200개를 길어 올려 이 아름다운 사전을 완성했습니다.
감정표현불능증 :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함.
'자신의 느낌을 말할 단어가 없음'을 뜻하죠. 분명 마음속에는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 시끄러운 침묵과도 같습니다. 모든 언어는 숨겨진 의미로 가득한 보물 창고이자 한 집단이 가진 영혼의 거울이며, 특정 민족의 문화와 경험이 그려낸 마음의 지도입니다.
p8-9
언어는 존재의 집, 말이 풍성해질 때 존재도 풍요로워집니다. 말이란 단순히 글자를 이어 붙인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우리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피난처, 세상을 여는 열쇠입니다.
구르파 : 한 손으로 뜰 수 있는 물의 양. 한 움큼, 즉 한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양을 의미합니다. '적지만 충분한 양'이라는 뜻으로, 주로 물이나 음식의 양을 표현할 때 쓰입니다. 환대와 나눔의 행위를 묘사할 때도 사용됩니다. 사막에서 목이 마른 이에게 한 움쿰의 물을 건네듯 가진 것이 적더라도 그 일부를 기꺼이 나누는 이타적인 친절을 뜻합니다.
탈라카 :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도움을 베푸는 것
공동체 구성원들끼리 아무런 대가를 기대지 않고 함께 뭉쳐 서로 돕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함께 맛있는 한 끼를 나누는 정도 이외에는 어떠한 보답도 바라지 않고 집이나 밭, 일터에서 도움을 건네는 행동으로, 벨라루스 사람들의 연대와 협력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단어이다.
p31
아무런 대가 없이 오직 연대의 마음으로 서로를 돕고 따뜻한 한 끼의 온기만을 나누는 벨라루스의 협력 문화를 보여주며, 인간다움은 혼자가 아닌 관계와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이를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조건 없이 수용하고 신뢰를 건네는 안전한 관계의 기지가 되어주어야 하며, 나아가 타인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호의의 순환을 일상에서 실천해야겠습니다.
혼족 : 고독을 즐기는 기술을 지닌 사람
혼자를 뜻하는 '혼'과 종족을 뜻하는 '족'이 합쳐진 단어로, 혼자 있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완전한 고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생각을 정리하고 재충전하며 즐겁게 혼자 있을 시간을 찾는 '의시적인 선택'에 가깝다. 자유를 북돋우는 생활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활을 주도하고자 한다.
p43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중심을 잡기 위해 '의도적인 비움과 채움의 시간'을 선택하는 실존적 태도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혼밥도 어려웠던 저인데 이제는 혼자 식당에 들어가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봅니다. 서울까지 혼자 뮤지컬을 보고 오기도 합니다. 혼자 하는 건 아무것도 못 했던 것들이 혼자 하면서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혼족이라는 단어에서 주는 힘을 느낍니다.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주도함으로써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가는 성숙한 과정입니다.
끼이또스 : 감사합니다
실제로 핀란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다. 핀란드인들은 끊임없이, 그리고 거의 항상 미소를 띤 얼굴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경우 핀란드인들은 먼저 양해를 구하고, 관심이나 도움을 받을 때도 재차 감사 인사를 한다.
감사라는 단어가 일상에 흐를 때 우리의 존재와 삶의 해상도는 한층 더 풍요롭고 따뜻해집니다. 이를 삶과 코칭 현장에 적용한다면, 당연하다고 여겼던 타인의 호의와 일상의 순간들을 판단 없이 온전히 수용하며 하루의 시작과 끝에 미소를 담은 감사의 말을 의식적으로 건네는 습관을 지니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내 주변의 세계를 향해 조건 없는 감사(끼이또스)를 전할 때, 비로소 내 주변은 누구든 가면을 벗고 편안히 숨 쉴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신뢰 가득한 공간으로 피어나게 됩니다.
이치고이치에 : 반복될 수 없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김.
' 단 한 번', '단 한 번의 만남' 정도로 직역되며, 인생의 유일한 순간을 가리키는 동시에 매 순간이 특별하고 절대로 반복될 수 없다는 개념을 전한다.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모든 경험을 다시 할 수 없을 것처럼 깊이 즐기며,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감사하며 살 것을 제안하는 표현이다.
p73
사이먼 메이가 유한성을 자각할 때 삶의 가능성을 유예하지 않는다고 했듯, 지금 눈앞의 시간과 인연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마지막인 것처럼 깊이 몰입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매일 만나는 아이들의 눈빛이나 부모들과의 대화를 당연한 일상으로 넘기지 않고 온전한 공감과 존중으로 직면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를 미뤄두는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의 경험을 온몸으로 향유하며 "이치고이치에"의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때, 우리의 하루는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가장 풍요롭고 아름다운 존재의 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