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할일을 미루는 걸까 - '미루는 나'를 위한 새로운 솔루션
사이먼 메이 지음, 박다솜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 헤쳐 드리는

소울맘코치 박상림입니다.

“왜 사소한 일은 잘해내면서, 인생을 바꿀 일 앞에서는 멈춰 서나요?”

세금 신고, 설거지, 잡무는 해치우면서도 정작 꿈꾸던 프로젝트,

소중한 사람과의 대화, 새로운 삶을 위한 결단은

'준비가 되면' 하겠다며 끝없이 뒤로 미룹니다.

우리는 이것을 의지 부족이나 게으름이라 자책하죠.

하지만 영국의 철학자 사이먼 메이는 이 평범한 조언을 뒤집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미루는 진짜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라고요.


습관처럼 진짜 인생을 나중으로 미루고 있지 않는가? 가장 생산성 높은 시간을 잡무나 하찮은 일을 하는 데 허비해버리고, 정작 가장 중요한 일은 그다음으로 미루고 있지 않은가? 자신에게 해로운 선택이라는 걸 알면서도, 소중한 목표를 제쳐두고 더 쉽고 즐거운 활동에 전념하고 있지 않은가?

p11


우리는 스스로에게 해롭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미루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은 나중에도 충분할 거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조금만 더 미루면 일이 한결 수월해질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품습니다. 목표를 나중으로 미룰 때는 생산적이거나 적어도 즐거운 다른 활동을 찾아 나섭니다.

우리는 뭔가를 미루면서 어디까지나 일시적으로 미루는 것뿐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미루는 것이 무엇이든, 나중에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미루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에게 그 일이 아주 소중해서 너무 부담스럽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과업이 너무나도 중용하다는 느낌에 짓눌려 있을 때는, 관점을 180도 뒤집어야 한다. 이 과업이 훨씬 더 중요한 어떤 일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새로이 상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이 과업에 착수하는 것은 해방적인 행위가 된다.

p65


현재에 집중하는 것은 우리의 내면의 동기와 연결되는 좋은 방법입니다. 우선순위가 높은 어떤 일을 마감이나 시간표의 압박에 지배되지 않는 회피 활동으로 진행할 때 한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우선순위를 낮추려는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인정받아야만 자신을 인정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우리의 삶을 판단할 권한을 타인에게 내어 주었습니다.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것은 그 권한을 되찾는 선택입니다.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올 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써 내려갈 힘이 새로이 샘솟게 됩니다.


놀이 정신은 미루기에 대한 해독제 가운데 지속력이 가장 오래가는 것일 테다. 그 비결은 놀이가 즐겁다는 데 있다. 놀이는 우리의 영혼을 소진시키는 생산성, 목표, 마감일 위주의 일 숭배에서 벗어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태도다.

p110


"놀이 중인 모든 아이는 마치 창조적인 작가처럼 행동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거나, 자기 세계의 사물들을 자신을 기쁘게 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배열한다는 점에서 아이는 작가와 비슷하다. 아이가 그 세계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아이는 자신의 놀이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거기에 큰 감정을 쏟아붓는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놀이는 "질서를 창조하며, 그것이 곧 질서이다. 이는 불완전한 세상과 인생의 혼란에 일시적이고 제한적일지언정 완전함을 가져다준다." 이렇게 질서를 창조하고 규칙과 관습을 세우는 힘을 지니고 있기에, 하위징아는 놀이를 모든 공동체에, 나아가 문명에 근본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놀이 정신은 승리를 향한 경쟁 의지나 목적 지향적 사고와 모순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놀이의 본질적인 목표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라고 플라톤은 말했습니다. 놀이는 목적과 야망이 있고, 집중적이고, 진지하며, 때로는 긴급한 우선 과제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즐거운 실험 정신으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미룬 결과로 느끼게 되는 감정 중 제일 흔한 것은 후회다. 그리고 그와 밀접하게 연관된 감정으로는 수치심과 양심의 가책이 있다. 후회는 전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은 아니다. 후회는 우리가 잘못된 길에 서 있다는 걸 일깨워 주고 방향을 바로잡아줄 수 있다. 후회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p125


'만약'이라는 생각에 깃든 끈질긴 유혹은 내가 선택한 우선 과제를 미루는 데서 오는 결과이지만 동시에 그 결과에서 오는 고통과 후회를 회피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만약'의 삶에 대한 환상은 지금 내 삶의 우선 과제들을 더 심하게 미루게 만드는 강력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만약'에 대한 상상은 '이것만 하면' 모든 게 달라질 거라는 사고방식으로 발전합니다.

"앎이 그 사람의 일부가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아크라시아(혹은 미루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무대 위 배우의 대사처럼 취급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후회는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를 최선을 다해서 평가하고 이해합니다. 그래서 비로소 미루려는 충동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듭니다. 후회가 우리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실존적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후회는 그에 수반되는 고통을 통해 우리의 눈을 밝혀줍니다. 우리가 반드시 내려야 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해줍니다.


미루기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내면 깊숙한 곳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얼어붙어 있는 내재적 동기를 어떻게 끌어내느냐의 문제다. 우리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들을 추구할 수 있도록, 목표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 방법이다.

p207


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는 중요한 일에 지워진 부담을 덜어내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도피 수단이라고 상상하기, 목표가 사회적 인정을 받을지 아닐지에 대해 신경 쓰지 않기, 완벽함에 도달한다는 허황된 꿈을 버리기, 우리의 존재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이 우주에서 우리의 삶과 프로젝트가 얼마나 사소한지 상상함으로써 해방감 느끼기 등이 있습니다.

목표에 지워진 버거운 부담을 덜어낸 다음에 놀이 정신에 입각하여 목표들을 추구합니다. 어린아이들의 놀이처럼 현재에 깊이 몰두하면서도 진지하고 목표 지향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항상 마음에 새겨두면서 주어진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미루기가 언제나 문제는 아닙니다. 미루기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무엇이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루기는 영혼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반란이기도 합니다. 미루기가 잠시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건전한 삶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미루고 있는 바로 그 일이, 삶에서 목표라는 증거입니다.

미루기로 인해 느끼는 고통과 후회는 역설적으로

"나는 이 일을 정말로 간절히 원하고 있다"라는 내면의 외침입니다.

미루기는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려주는 신호인 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