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의 마음 - 도망친 곳에서 발견한 기쁨
정고요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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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 헤쳐 드리는 소울맘코치 박상림입니다.“우리는 우리가 걷는 풍경을 닮을 뿐이다.” 걷고, 멈추고, 다시 걷는 사이에 비로소 들리기 시작한 마음의 소리를 조용히 받아 적은 산책자의 노트입니다. 정고요 시인은 달빛과 파도, 솔숲과 조약돌에 보폭을 맞추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일상의 문법을 다시 익힙니다.산문과 시, 짧은 소설이 교차하는 구성 역시 산책의 리듬을 닮아 있습니다. 어떤 날은 기록처럼 담담하고, 어떤 날은 시처럼 응축되며, 또 어떤 날은 이야기로 번져갑니다. 그 모든 글의 중심에는 오래 바라보는 연습이 있습니다. 숲의 냄새, 빛의 농도, 계절이 바뀌는 속도, 나무 한 그루가 품고 있는 ‘모든 나날’. 이 감각의 축적은 독자에게도 질문을 건네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풍경을 닮아가고 있는가.'너와 나의 거리는 꿈이다시몬 베유는 꿈에 불가능이 없는 대신 무능력이 있다고 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모두가 말할 때 시몬 베유는 신이 어떻게든 나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사람이다. 너의 가치 때문에 너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너의 존재로 너를 좋아한다. 나는 너의 존재를 산다. 너의 존재를 높이 산다. 네가 내 삶에 나타난 사건을 추앙한다. 사랑받기 위해 증명될 필요가 없고, 존재는 이유 없이도 존중받을 수 있으며, 사랑이란 상대의 ‘가치’가 아니라 ‘존재’를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만으로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나는 너와 산책한다. 나는 너의 옆에서 걷고 있다. 나에게 곁을 준 너와. '곁'은 옆이라는 공간과는 다른데 이걸 어떻게 설명한담. 분명 있지만 없는 공간이 있다. 있지만 없는 말처럼. 예를 들어 '유니콘'이란 단어처럼. 타인이 곁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곁에 가지 못한다. 갈 수가 없다. 곁이라는 건, 있는 공간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공간이니까. 옆과는 다르다. 옆에 갈 수는 있다. 그러나 곁은 타인이 우리를 위해 만들어주지 않는 한 더 이상 갈 수 없는 공간이다. 그러니까, 곁이라는 공간은 타인이 우리에게 허락해야 마련되는 공간이다. 곁의 반대말이 있다면 ······ 끝, 아마 끝이겠지. 낭떠러지.산책이라는 행위를 통해, 함께 걷는다는 것이 단순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취약함을 받아들이는 자리입니다. ‘곁’은 이미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타인의 선택과 환대에 의해 생성되는 공간이며, 그래서 누구도 함부로 점유할 수 없습니다.‘있지만 없는 공간’, ‘유니콘 같은 말’이라는 비유는 곁이 개념적으로는 분명하지만 실체화되기 어려운 관계적 실재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곁은 존재하지만 소유할 수 없고, 증명할 수 없으며,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산책이란, 바로 그 곁을 유지하려는 몸의 언어입니다. 서로의 속도를 맞추고, 앞서가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며, 지금 이 자리에서 함께 걷겠다는 조용한 약속입니다. '나는 누구의 곁에 서 있는가. 그리고, 누구에게 내 곁을 내어주고 있는가'를 생각해 봅니다.산책은 결국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기 위해 걷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목적지가 없기에 사람을 만나고, 풍경을 바라보고, 마음의 속도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비어 있어도 괜찮으며, 무엇이 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산책길에서 스쳐간 사람들처럼, 이 책 또한 내 삶의 한 곁에 조용히 놓였습니다. 말을 걸지 않아도 오래 남는 문장으로, 재촉하지 않는 속도로. 오늘도 나는 산책을 나섭니다.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의 하루를 나의 보폭으로 살아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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