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 을유세계문학전집 125
버나드 맬러머드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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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다 OOO(이)다. OOO은 유대인일 수도, 겁쟁이일 수도, 화가 난다, 일수도. 각자의 신념으로 살아간다. 누군가에겐 그것이 종교일 수도, 양심일 수도 있다. 습관일 수도, 관습일 수도, 돈일 수도. 각기 다른 신념이 모인 고된 삶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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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언어로 소설을 쓰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언어의 모습을 베끼는 것이 아니다. 그 언어에 잠재하지만 아직 누구도 보지 못한 모습을 끌어내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언어에서 표현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이란 문제에 접근하는 데는 모어의 외부로 나가는것이 하나의 유효한 전략이다. 물론 밖으로 나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외국어 안에 들어가보는 것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외치는 소리를 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조금은 유복한 환경에 있는 사람뿐이다. 자기가 받고 싶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소설과 시를 쓸 수 있는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드물다. 많은 사람은 소리 지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눈만 크게 뜬 채 인간이 부서지는 모습을 목도하며 들리지 않는 외침 속에서 죽어가기만 한다. 또 글로 쓰는 대신 정말로 소리를 질러대면 주위에서 정신병환자로 취급한다. 글이 곧 외침은 아니다. 그러나 글이 외침과 완전히 떨어져버리면 더 이상 문학이 아니다. 글과 외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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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가 앞에서 살핀 것처럼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자기 스스로 혹은 다른 이를 대신해서 주장하는 일은 말하기나 글쓰기와 같은 형식을 통해 반복된다. 고통의 과잉 재현과 고통의 재현 불가능성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 예컨대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고통스럽다는 느낌을 ‘적절하게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더라도 고통을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계속해서 떠올린다.
‘고통‘이나 ‘아픔‘이라는 단어를 되풀이하는 이유는 바로 고통스럽다는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거나 옮기기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통을 의학 용어를 통해 글로 서술하든(Burns, Busby andSawchuk 1999: xii 참조) 무언가에 빗대어 비유로 표현하든(Scarry1985 참조) 고통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말들은 정작 고통 앞에서는 부족해 보인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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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아가씨 페이지터너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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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는 길>에 이어 잭 런던의 <에덴 마틴>, 그리고 어제 다 읽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우체국 아가씨>까지.


어떤 흐름을 생각하고 일부러 고른 책이 아니었는데, 그냥 그때 그때 읽고 싶은 책을 책장에서 뽑아 읽고 그 책들을 나열해 보니  '계급성'이라는 테마로 쭉 이어지는 나만의 독서 리스트가 되었다.


<우체국 아가씨>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 <초조한 마음>에 이어 두번째로 읽게 된 책이다.

<초조한 마음>을 굉장히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또 그만큼 기대가 컸는데 역시...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던 책이다.

일단 책이 너..무너무 재밌다. 전쟁 후 가세가 기울어져 하루 하루 어렵게 먹고 사는 형편인, 우체국에서 일하는 공무원 크리스티네가 부자 미국 이모의 초대로 스위스 초호화 고급 호텔에 휴가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급 신분 상승 스토리... 종/횡단하는 계급성... 독자라면 누구나 신데렐라가 된 크리스티네에게 공감하며 같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읽을 수 밖에 없는듯. 그렇게 크리스티네의 꿈같은 시간이 1편과 함께 후루룩 끝나버리고 2편에는 이제 현실로 돌아온 냉소 가득 크리스티네의.. 지긋지긋한 현실적인 이야기.


별 다섯개에서 하나를 뺀 이유는 마지막 부분이 조금 루즈했다..고 개인적으로 느꼈다. 호텔방에서 자는 이야기..아.... 슈테판 츠바이크...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줄 알겠는데... 사람 봐가면서 부자에겐 한없이 관대해지다 가난한 자는 괜히 탈탈 털어댄다는 그 현실을 말하고 싶어서 크리스티네에게 그런 경험까지 주어야 했나요... 그 남자놈 너무 억울충이어서 여자한테 화풀이고 때릴 것 같이 생겼음 (달자 혼자 개오바하는 중)


그리고 왜 우체국 터는 일을 남자놈이 다 계획하고 꼬득여서 여자한테 뒤집어 씌우노.... 하여튼 남자 놈들 말 믿으면 안된다ㅡㅡ



P.S. 이 책 원 제목은 <변신의 도취>라는데 원제목으로 출간이 되었다면 책이 전달하고픈 바와 더 가까웠을 것 같다는 개인적 감상. 프랑스에서도 찾아보니 <변신의 도취>라고 번역되어 출간되었더라고. 근데 뭐 이 당시 출간된 소설 제목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하고. 우체국 아가씨...

아, 그리고. 읽으면서 느낀 점. 번역이 아주 깔끔하고 좋았다. 남기철 번역가님. 이름을 기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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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1-02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일단 제가 이 책을 가지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네요ㅋㅋㅋㅋ 친구가 선물해준 책인데, 츠바이크 책이라 아끼고 있습니다.
저도 시작은 <초조한 마음>이고 <낯선 여인의 편지> 지나 <마리 앙투아네트> 이렇게 3권 읽었어요. 츠바이크의 특징은 재미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너무 잘 쓰는 작가~~

툭툭 고르셨는데도 주제를 따라 읽는 달자님의 독서 여행~~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 원제가 더 나을거 같다는데 저도 한 표 더합니다.

달자 2024-11-05 04:00   좋아요 1 | URL
저는 얘기만 많이 들었지 정작 읽은 책은 <초조한 마음>과 이번 <우체국 아가씨>밖에 없는데요, 마리앙투아네트 읽고 싶어지더라구요 ㅎㅎ 다음 책으로 어떤 거 추천해주시겠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4-11-06 13:54   좋아요 1 | URL
<낯선 여인의 편지>는 절절한 맛이 있습니다. 짝사랑의 아픈 기억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1독을 (잠깐만요, 저 눈물 좀 닦고요!) 저는 문학동네판으로 읽었는데, <체스 이야기, 낯선 여인의 편지> 이렇게 묶여 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제가 그 남주랑 사랑에 빠져가지고요. 다시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합니다. 달콤한 거 원하시면 마리를 추천드립니다. 역사 이야기 좋아하시면 더 몰입해서 읽으실 수 있고요.

저 3권 읽었는데, 이렇게 추천해도 되나요?

달자 2024-11-09 18:20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의 추천이라.. 무조건 읽어야죠 혹시 예전에 글 남기신 거 있으먼 땡투 날릴게요 희희

2024-11-0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자 2024-11-05 04:01   좋아요 0 | URL
남자들 진짜 자격지심 왜케 심하노
 

타자는 시각과 촉각의 경제를 통해서 이방인으로, ‘해당 장소에적합하지 않은 몸‘으로 인식된다. 《감정의 문화정치》에서는 이러한 논의를발전시켜 타자화를 둘러싼 관계가 감정을 통해 작동하는 방식에 주목하려고한다. 이를테면 타자화는 감정의 원인을 타자에게서 찾는 일을 통해서 혹은타자를 감정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일을 통해서 발생한다. 이와 같은 접근은흑인 연구와 비판적 인종 연구의 오랜 역사에 기대고 있다. 흑인 연구와 비판적인종 연구는 타자화의 측면에서 인종화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인종을 신체적특징으로 간주하는 모델을 비판한다(hooks 1989; Lorde 1984; Said 1978; Fanon 1986; Bhabha 1994). - P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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