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이은 침묵 속에서 그는 자기가 해야 하는 말을, 늘생각했지만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말을 생각하고 있다. "말도 안 되게 들리리라는 거 아는데," 그가 입을 열자, 윌럼이 그를 쳐다본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난 여전히 내가 불구라는 생각이 안 들어. 그러니까 내 말은, 불구인 건 알아. 그렇다는 건 안다고. 불구가 아니었던 시간보다 불구로 산 게 두 배는 더 되니까. 그게 네가 알아온 내 모습이지. 도움이 필요한, 그런사람으로, 하지만 내 기억 속엔 뛸 수 있었던 사람, 원할때마다 걸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던 내가 있어. 불구가 된 사람들은 다들 뭘 빼앗긴 것같이 생각할 거야. 하지만 난 늘 그랬어. 불구인 걸 인정해버리면, 트레일러 박사에게 패배를 인정하면, 그가 내 삶의 모습을 규정하게 만들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 아닌 척 하는 거야.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의 나인 척 하는 거야. - P376
"우린 다 죽어가고 있어. 그는 계획보다 자기 죽음이 조금 더 빨리 온다는 걸 알았을 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행복한 시절이 아니었다고, 그게 행복한 인생이 아니었다고 할 수는 없지."
그는 주드를 쳐다봤고, 그 순간 주드와 주드의 지난 인생에 대해 정말로 생각할 때 가끔 느끼곤 하는 감정을 느꼈다. 슬픔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동정하는 슬픔이 아니었다. 그건 더 큰 슬픔이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엾은 사람들, 자기도 모르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수십억명의 사람들을 다 감싸 안는 것 같은 슬픔이었다. 매일매일이 너무나 힘들 때에도, 상황이 너무나 비참할 때도, 사방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생각하면 느끼게 되는 경탄과 경외심이 뒤섞인 그런 슬픔이었다.
인생이란 너무 슬프구나, 그런 순간이면 그는 생각했다. 너무 슬프지만, 그래도 사람은 다 그렇게 사는거지. 삶에 매달리고, 위안거리를 찾고.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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