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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평점 :
새 직장 출퇴근길에 읽을 책으로 연년세세를 집어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과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꽤 먼 곳이라 저번에 한국에서 택배로 받은 책 중에서 호흡이 제법 길어 보이는 책을 집었는데 오고 가는 길에 한 권을 다 읽어 버렸다.
황정은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지도 않았고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고르라고 하거나 가장 좋아하는 소설을 고르라고 했을 때에도 그와 그의 책을 고른 적은 없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내 친구는 황정은 작가를 아주 좋아한다. <백의 그림자>는 그저 그랬고 <디디의 우산>은 '잘'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는 말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서). <연년세세>는 내가 읽은 그의 책 중에 가장 감명 깊고 여운이 길게 남는 책으로 한동안 남을 것 같다. 가족의 이야기로 읽힐지 궁금하다는 작가의 말에, 나는 가족의 이야기라기보단 여성 서사, 그러니까 어머니의 이야기로 읽혔다고 속으로 대답했다. 작가가 여성의 서사에 환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보다는, 가늘거나 굵거나 또는 길거나 짧은 여러 이야기를 잔잔한 촛불로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독자에게 보여주는 느낌이어서 더욱더 좋았다.
곱씹게 되는 구절과 문장이 많아도 빨리 읽히는 소설이었다. 아주 긴 첫 출퇴근길이 짧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