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 시공에 ‘삼팔선’은 없다


① 소설가 김연수씨

왜 ‘갈라진 조국’인가
1920,30년대 만주서 답 찾아

2004년 소설계를 양분하다시피 한 김훈씨와 김영하씨의 활약을, 김연수(35)씨는 담담하게 지켜보았다. 이 제3의 김씨는 2004년의 절반 가량을 연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그저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연변대에서 중국어 기초과정을 공부하는 틈틈이 그는 계간 문예지에 장편을 연재했고, 한 권 분량에 육박하는 중단편을 발표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그는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한 권씩 내놓을 참이다.

단순히 책을 두 권 내놓을 예정이라고 해서 그를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장편과 중단편을 막론하고 김연수씨의 최근 작업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것이 우리 소설의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고, 이념과 상상력을 옥죄어 온 보이지 않는 금을 넘어서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20, 30년대 만주의 조선인들,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 개화기에 조선에 온 미국인 등이 최근 그의 소설 주인공들이다. 연변, 그러니까 만주 체류 경험이 그의 작가적 시야를 넓혔음이다.




“만주에 대한 최초의 관심은 ‘젊은 나이에 목숨을 바쳐서 투쟁한 선조들은 어찌 해서 결국은 이렇게 갈라진 나라를 물려 주게 되었나’ 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89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읽은 책들의 ‘과학’과 ‘진리’가 정말 과학이고 진리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그 때 내가 확신하지 못했던 것들은 여전히 확신이 안 되더라. 1920, 30년대 용정 얘기를 쓰면서 나는 89년 서울을 얘기하는 느낌이었다. 순수하고 이상적이었던 젊은이들이 천국을 원했지만 결국은 지옥에서 죽는 이야기가 내 장편의 얼개이다.”

요즘 화두는 국경
문학도 국경넘어 세계로

만주 체류를 전후한 그의 요즘 관심은 ‘국경’이라는 것이다. “정전 체제의 남한은 사방이 갈 수 없는 금으로 막혔고, 문학 역시 보이지 않는 선에 갇혀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지리적 위치만 달리 해서 보면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세상 이치인 터에 소설적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게 요즘 그의 화두로 보인다. “남한 내의 사고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소설 역시 좁게는 동아시아, 넓게는 세계 전체를 상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4년의 소설을 돌아보면 확실히 변화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서사가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신인 작가들도 이야기를 중시하는 작품으로 승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야말로 소설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자신 젊은 나이에 동서문학상과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음에도, 작가들이 갈수록 상과 상금에 생계를 의존하게 되는 양상에 대해 그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작가들이 알게 모르게 상을 의식하면서 작품을 쓰고 때로는 상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독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생계가 가능해지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무서운 동료?
김훈 김영하 박민규씨…

‘무서운 동료’가 누구인가 하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대뜸 “김훈 선생님, 김영하씨, 박민규씨”를 꼽았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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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ce 2005-01-0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올해는 김연수 책이 두권이나 나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