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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말한다 - 당비생각 02
우에노 치즈코.조한혜정 지음, 사사키 노리코.김찬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공동체 변화의 징후를 가장 예민하게 포착하는 여자들의 글을 읽었다. 합리적 근대 학문에 한 발을 담근 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 그들이 있는 곳을 다중심의 하나로 만드는 사람들. 생각하는 것들을 실천하는, 부러운 사람들.
우에노 치즈코 교수와 조한혜정 교수의 편지들은, 근대와 탈근대의 경계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서, 혼인과 비혼의 경계에서, 서로 어깨를 겯고 있다. 이유 없는 애국심을 강요하는 근대 국가로부터 자유로와 지기, 아이와 노인을 보살피지 않는 '경제사회'에 틈 내기, 서구 중심, 남성 중심 학문 커뮤니티에 반항하기에 이 둘은 의기투합한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그들보다 젊은, 여자들에 대한 이 둘의 이야기다. '하나코' 세대라 불렸던 소비 중심의 일본 젊은 여성들과 한때 광고계를 평정했던 한국 미시족에 대한 이 둘의 견해는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았다. 책임없이 물질적 부를 누리는 젊은 여자들이 '근대적으로' 근면한 삶을 살았던 두 사회학자에게 예쁘게 보이지는 않았던 게 당연한 일. 게다가 똑똑하던 여학생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결혼 시장에 미끈한 상품으로 나 앉아 있는 요즘 아가씨들을 보고 그들은 낮은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것, 사회가 뭐라든 내 멋대로 사는, 성찰하는 젊은 여자들이, 이곳 저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어서 그들이 상상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데서 그들은 경계의 희망을 찾는다.
시간이 흘러가고 예전과는 다른 포즈가 필요할 때, 가장 즐거운 일은 자신 안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걸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흘러가는 대로 자유롭게 그리고 부드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