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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ㅣ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김연수는 야심만만. 김연수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 그는 그가 아는 모든 것들을 가장 아름답게 펼쳐놓는 소설을 쓰지. 내가 알던 김연수는 이런 사람.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이전의 소설들에서 그는 거의 자기 얘기를 하지 않아서 나는 내심, 그가 과연 지금, 나와 같은 하늘을 지고 살고 있나를 의심하기도 했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와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으며 김천의 그 빵집 소년은 과연 소설가가 되어서 책 판 돈을 다 털어서 폴 스튜어트 양복을 사 입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 그 영민한 소설가에 대한 궁금증 치고는 너무 속된 건 나도 잘 알아.
'청춘의 문장들'은 김연수,라는 사람을 이리 저리 들여다 보게 해. 제목도 아름다운 짧은 글들은 그 자체로도 향기로운데 이제는 아득한 어린 시절까지 돌아 보게 하는 힘이 있어. 사이사이 숨어있는 폭소, 그리고 눈물 몇 방울. 스물 즈음 일본 만화를 윤문하며 만화방을 전전한 이야기, 방위병 시절 화장실 벽에 붙어있던 잘못 적힌 ‘논어’의 한 구절에 웃음짓는 이야기, 술만 취하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주워온 친구 이야기, 사랑이 막 시작될 무렵, 막 끝날 무렵의 이야기들.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들. 사실, 청춘은 남루하지. 남루해서 아름답지. 시장에서 떡볶이를 파는 젊은 여자아이나, 고주망태가 되어 그 집에서 떡볶이를 사먹는 소설가나, 군대에서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거는 남자친구 아이나 이건 모두 마찬가지지. ‘어쩌자고 삶은 그처럼 빨리 변해가는가? 어쩌자고 열아홉 살에 우리는 헤어지게 된 것일까? 어쩌자고 모든 것은 조금만 지나면 다 나아지는가? 어쩌자고 고통은 때로 감미로워지는가?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은 끝이 없으나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p.224, 청춘의 문장들)
아름다운 한시, 하이쿠, 팝송,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들이 이리 저리 수놓아져 있는, 맑은 한 사람.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나도 가만, 지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