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털같은 나날.

류진운 소설집. p.21

林의 아내는 李이다.
결혼 전에는 눈썹이 수려하고 조용한 처녀였다. 키는 작아도 깜찍하고, 작은 눈은 늘 반짝거려, 누가 보아도 좋아했다. 그때 그녀는 말수가 적었다. 유행에 따라 화장을 하진 않았으나 늘 깔끔했고, 머리를 길게 길렀다. 그는 학교 친구의 소개로 그녀를 만나 연애했다. 그녀는 사람을 만나면 수줍어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조용해서, 서정시처럼 따뜻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자, 그 조용하고 시적인 아가씨가 잔소리를 좋아하고, 머리도 빗지 않고, 밤에 몰래 수돗물을 훔치는 주부가 되리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두 사람 모두 대학을 졸업했고, 둘 다 성취욕도 강했다. 서로 열심히 노력하면서 밤에는 등불을 밝혀 공부했고, 웅대한 이상도 갖고 있었다. 관공서의 처장이나 국장, 또는 사회의 크고 작은 기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그들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얼굴을 한 군중의 새까만 대열 속에 빠져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당신도 두부를 사고 출퇴근을 하고, 밥 먹고 잠자며, 빨래를 하고 가정부까지 다루고, 아이를 돌보다 보면, 저녁이 되어도 책 한 장 뒤적이고 싶지 않게 되고, 웅장한 꿈이나 이상이라는 것은 개방귀 같은 소리고 철없던 때의 일이 되어 버리고 만다. 모두들 이렇게 섞여서 한 평생 사는 것이 아닌가? 큰 뜻이 있으면 어쩔 거고, 설사 꿈이 있다면 또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 많던 장군과 재상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모두 황폐한 무덤의 풀숲 아래에 있을 뿐이다. 한 세대만 지나면, 누가 누굴 알겠는가? 그는 가끔 이렇게 생각하면서 위안하곤 했다.

중국 <평론전선>이 선정한 20세기 20대 중국작가 중 하나라는 류진운의 소설 중 일부다. 아~ 진정 닭털같은 인생이 아닐 수 없지만, 재밌는 소설이다. 별 네 개.

@ 그러나 지금, 나름대로 최상의 순간. 배도 부르고 모짜르트를 듣고 있으며 오늘 할 실험을 모두 마친. ^^ 닭털중에 섞인 공작새 깃털같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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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6 2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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