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kimji > 나해철, 긴 사랑

 

  自序
  그때도, 그때의 그 사람도 그곳도 지금 여기에 없다. 그곳을 다시 가보고 그 사람을 다시 만난다 해도 그때의 그곳, 그 시절의 그이는 아닐 것이다. 그런 모든 사라져간 것들에 이 시집을 바친다.
  삶이라는 길의 한쪽 끝에 죽음이, 또 한 끝에 추억이 있어, 추억 족에 등을 보이며 간다. 등 쪽이 따뜻한 날이 있고 때로 서늘한 날도 있어서 그런 날은 잠시 가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1995년 11월
                                                                                            나해철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 사랑,에 대해서] 리스트를 만드느라 오래된 책들을 많이 뒤적였다. 나해철의 시도 그렇게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러다 조금 쓸쓸해졌다.

 

잊고 살기로 하면야
까맣게 잊을 수도 있는데
불현 듯 가슴에 불쑥 나타나
화들짝 놀라게 하는 건
아프게 하는 건
날보고
그래 짐승처럼 살지말고
사람으로 살라는 걸거야

가끔은 생각하며 살아야지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했던 일들을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싸듯
한동안만이라도 고요히 어루만져야지
잊고 살기로 하면야
내일도 오늘같이 살 수는 있는데                    - '잊고 살기로 하면야' 전문


 

꽃그늘 졌다    
지금 꽃그늘 아래서   
어룽어룽 그늘진 꽃 무데기를 본다 
송이마다 꽃들은
조금씩 다르게 어딘가를 바라보며
무한히 고요히
햇빛 밖에 그늘 밖에
있다
누가 소리하나
남몰래 남몰래라고
목이 타서
꽃들은
세상 너머나 바라보는 듯
그늘 밖에 햇빛 밖에
가만히 있는데                                     - '남몰래 흘리는 눈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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