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1.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모두 죽어가는 운명의 사나이에게도 사랑은 찾아온다.

사나이의 사랑은 운명을 시험하듯이 다가와서 "사람은 다 죽잖아. 그러니까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 거나 다름없는 거야. 가령 추억속에 살아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버려." (연애소설, p.44)라며 손을 잡는다.

사나이도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2. 28년전에 헤어진 아내가 죽었다. 유품을 가지러 가는 길에 노변호사는 동맥류에 걸린 '나'와 동행한다. 남쪽으로 가는 길모퉁이마다 잊혀진 기억들이 이정표처럼 나타난다.

"무슨 책에 이런 말이 씌어 있던데, 가을은 '후회와 기억의 계절' 이라고 말이야."

"어떤 뜻일까요?"

"겨울, 봄, 여름을 지내면서 저지른 실수를 후회하고, 그것을 기억한다. 그럼 다음 실수를 예방할 수 있고, 그리고 그 때까지의 실수도 어떤 형태로든 메울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을 안고 다가올 추운 겨울을 맞는다, 뭐 이런 뜻일까?"

나는 잠자코 도리고에 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난 이미 늦었지만."

도리고에 씨는 강한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절대 그 사람의 손을 놓아서는 안되네. 놓는 순간, 그 사람은 다른 누구보다 멀어지니까. 그것이 내 인생 28년분의 후회일세." (꽃, p.175)

3. 만나지 않으면 죽은 것과 다름 없다. 죽어도 손을 놓지 않으면 헤어지지 않는다. 손을 놓으면 다시는 만날 수 없다. 만나지 않으면 죽은 것과 다름 없다... 말들이 머리 속에서 돌고 돈다. 다시 누군가와 손 잡는다면 그 순간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렇게 가만히, 숨죽이고 있겠다. 가네시로 카즈키, 난데없이 시작되는 사랑을 믿는 사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