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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책일기
고종석 / 문학동네 / 1997년 2월
평점 :
품절
‘읽는다는 행위에는 언제나 위험의 감수가 전제돼 있다. 그 위험은 혹 텍스트를 아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위험, 또는 자기 방식으로 이해했더라도 결국 잘못 이해한 것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 요컨대 기호학적 위험들이다.’ (305 페이지, 책읽기 책일기) 나의 <책읽기 책일기> 읽기는 한동안 진척이 없었다. 내가 읽지 않은 비평가들에 대한 고종석의 이차 텍스트가 단박에 이해될 리 없었고 어찌어찌 글발을 부여잡고 넘어가 만난 ‘부르디외와의 대담’에 나는 급기야 책갈피를 꽂고 책을 덮었다.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두던 책을 다시 뽑아 든 것은 아마 스스로를 한번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겨레’가 진보의 색채를 가장 뚜렷이 했을 무렵 고종석이 쓴 기사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말하려는 바를 충실히 전하고 있다. 신간의 서평에서 비평가 연작에 이르는 모든 글들은 대상의 ‘주의’를 파악하고 우리 문학에서의 자리를 매긴다. 특히 프랑스 문학에 대한 그의 이해와 소개는 그 폭과 깊이로 읽는 사람을 압도한다. 아직도 유효하게 읽힐 많은 책들의 이름에 밑줄을 그었다. 그가 적확하게 사용한, 내가 모르는 우리 말들에 밑줄을 그었다. 백낙청, 김현, 고은, 그르니에. 아직 바라보고만 있는 이름들을 옮겨 적었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끝까지 읽은 보람이 생긴다. 이로부터 내 세계의 외연이 조금 넓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