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많고 화려하고 정교하고 유려한 것, 이것이 중국의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놀랍고 굉장했다. 정말 기죽이는 대단한 문화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엄청나다'라는 말이 나오면서도 한구석에서 '느끼하다'는 말이 또 새어나온다. 굉장하면서 느끼한... 한데 이 느끼함을 상쾌하게 씻어주는 바람이 있었다. 그 바람은 전시장 한구석에서 불어왔다.
바로 중국이 흉노라고 부르는 초원문화였다. 그들의 금제 허리띠 장식을 기회 있으면 꼭 한 번 보기 바란다. 정말 뒤통수를 때리는 감각이다. 중원문화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형태였다. ... 중원문화의 조형물이 모두 정지되고 안정된 형태라면(달리는 말조차도), 흉노의 조형물은 모두 움직임을 담고 있었다. 늘 움직이는 생활이었기 때문이리라.
그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옆구리를 후비고 들어오는 비수 같은 것이었다. 시원하다. ... 그것이 중원문화의 느끼함을 중화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문화는 다 각기 나름의 맛과 존재해야 할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흉노문화는 우리 문화의 뿌리이기도 하다.-42-44쪽
서서히 '텡그리(Tengri)'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텡그리는 몽고를 비롯한 초원 유목민의 말로 '하늘'이라는 뜻이다(땅은 '야르'라고 한다.) 단군도 텡그리를 한자로 쓴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당골무당의 '당골', 단골집의 '단골', 또 전라도 방언의 당골레로 남아 있지만. 김영종 선생은 '칸'이라는 말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칸'은 물론 유목민의 수장을 부르는 호칭이다. 칭기즈칸, 마립간, 거서간, 각간, 대각간 등에서 볼 수 있는 '칸'과 '간'이 그것이다(신라는 초원에서 내려왔으니까). 대한민국도 대칸민국에서 나왔다는 것이다.-45쪽